올해 대입 수시모집은 변화가 많은 만큼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합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응시 횟수 6회 제한 △미등록 충원 도입 △수시 1·2차 지원 전략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최저학력기준 강화 등 '2013 수시모집 4대 변수'와 관련, 입시 전문가 4인(가나다 순)의 조언을 항목별로 정리했다.
응시 횟수 제한… 과감히 지원할 필요 있어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쉬워진 수능으로 변별력이 낮아지고 있어 상위권 학생일수록 한두 문제 차이로 정시 지원 대학이 달라지고 합격, 불합격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며 "정시에 대한 불안감의 영향으로 상위권 학생의 수시 지원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이고 우선 선발을 시행하는 등 수시에서도 수능의 영향력을 높이는 추세인 점 역시 '수능 고득점자'의 수시 지원 경향을 부추기는 요소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중심 전형은 논술·면접 등의 변수가 없어 응시 횟수 6회 제한 조치의 영향을 크지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소장은 "서울·경기 소재 상당수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전년 대비 경쟁률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수능 이후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은 수능 난이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지역 소재 대학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생부 성적 우수자가 여러 대학에 중복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6회 제한 조치로 지원율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소장은 "수험생 입장에선 내신 성적이 전년도 커트라인에 비해 다소 낮더라도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논술 전형은 지난해 수능 이후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일부 대학에 7만여 명이 지원하는 등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실제 응시자는 60%에 불과할 정도로 허수 지원이 많았다. 김 소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기대로 지원했지만 성적이 그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며 "6회 제한 조치로 올해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낮을 경우 섣불리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이하 '9월 모의평가')의 난이도에 따라 상·하향 지원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중복 지원자가 많은 전형 중 하나인 적성검사 전형은 선호도가 높은 일부 대학의 경우 여전히 많은 학생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선호도가 낮은 대학의 경쟁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비교과 활동과 서류 실적 등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원자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은 일정 수준 이상의 내신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큰 폭의 지원율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낮고 내신 영향력이 크지 않은 대학의 지원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소장은 "1단계 선발 배수가 높은 전형의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미등록 충원 도입, 등록율 동향 눈여겨봐야
정시모집은 수능 위주 일반 전형이 주를 이루지만 수시모집은 학생부·대학별고사·입학사정관 전형 등 선발 방식이 다양하다. 대학 입장에서 정시모집은 지원자 중 성적이 우수한 순서대로 합격자를 선발하고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인원만큼 미등록 충원을 하며 모집인원의 대부분을 채우는 형태다. 정시모집이 끝나면 그 해엔 더 이상 신입생을 선발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수시모집에선 선발하지 못한 인원을 미등록 충원하거나 정시로 이월시켜 선발하는 등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 팀장은 "올해의 경우,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기간(12월 14~17일)이 상당히 짧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미등록 인원을 모두 채워 선발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양대의 경우 처음 수시 미등록 충원제를 도입한 2012학년도 당시 186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인문계는 108명, 자연계는 224명을 정시모집으로 이월시켰다. 전형별 등록율도 눈여겨봐야 한다. 2011학년도 한양대 수시모집의 경우,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논술 전형에서 최초 합격자의 78%가 등록했다. 다른 대학 논술 전형 역시 연세대 91.6%, 서강대 86.7%, 성균관대 78.4% 등 비교적 높은 등록율을 기록했다. 남 팀장은 "최초 합격자의 (다른 대학) 이탈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미등록 충원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해 한양대 수시모집 학생부 위주 전형에선 260명 모집에 76명만이 등록을 마쳐 등록율이 29.2%에 불과했다. 그 해 경희대 학생부 위주 전형 역시 150명 모집 인원 중 등록 인원은 20명(13.3%)뿐이었다. 미등록 충원 인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합격선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응시 횟수 6회 제한'이란 변수가 더해진 올해는 특히 미등록 충원 인원이 많은 학생부 위주 전형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충원 시 수능 반영 여부도 경쟁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은 수시 선발 방법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논술 위주 전형에서 수능 성적 우수 학생들을 다수 선발한다. 지난해엔 논술 전형에서 수능 우선선발을 시행했던 대학 중 서강대만 미등록 충원자 발생 시 수능 우선선발 조건 충족자를 선발했다. 이 때문에 서강대 경영학부 우선선발의 최초 경쟁률(결시자 제외)은 4.2 대 1이었지만 추가 합격까지 반영한 경쟁률은 2.5 대 1로 떨어졌다. 자연과학부의 경우에도 7대 1이던 최초 경쟁률이 추가 합격자를 포함시키자 2.9 대 1까지 내려갔다. 남 팀장은 "올해는 연세대·성균관대·중앙대 등도 지난해 서강대와 유사한 방법으로 수시 추가합격자 미등록 충원에 나서므로 수능 성적 우수자가 수시모집에서 대거 합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곤 메가스터디입시평가연구소 팀장
1차 접수 때부터 2차 계획까지 미리 세우길
9월 중순 이후에도 원서 접수가 실시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면서 1차 원서 접수 기한도 9월 11일까지로 단축됐다. 이는 9월 모의평가 이후 수시 지원 계획을 세울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조급한 마음에 6회 기회를 9월에 모두 써버리면 경쟁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차 모집 땐 지원조차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며 "자신의 학생부와 모의평가 성적을 냉철하게 분석해 수시 1차 접수(9월) 때부터 2차 접수(11월) 지원 여부를 미리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응시 횟수 6회 제한 조치에 따라 수시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수시 2차의 경쟁률 하락 폭이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작년 입시를 돌아보면 수능 성적에 따라 수시 원서 접수 대학보다 나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수험생은 수시 2차를 포기하고, 수능 점수가 낮게 나온 수험생은 수시 2차에 응시하는 등 '보험성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중앙대 수시 2차 일반(논술) 전형 87.77대 1, 한양대 수시 2차 일반우수자전형 86.91대 1 등 주요 대학의 수시 2차 경쟁률이 1차보다 네댓 배 이상 높은 결과가 빚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크게 줄며 경쟁률이 전년도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시 2차에서 수능 이후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도 겉보기보다 실제 경쟁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이사는 "정시 지원이 유리한 수능 고득점자와 수시 1차 합격생들로 인해 논술고사 미응시자 비율이 높아지고 실제 경쟁률은 낮아지므로 경쟁률에 연연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수능에 자신없는 수험생이라면 수시 1차에 실시되는 논술 전형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톨릭대·성신여대·이화여대·인하대·한국항공대 등은 수시 1차 논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적성평가전형의 경우, 수시 1차 모집의 경쟁률이 더 낮다. 적성평가를 착실히 준비한 수험생이라면 강남대·서경대·한국외국어대(글로벌캠퍼스)·명지대·가천대·한양대(에리카캠퍼스) 등 1차 모집에서 적성평가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게 좋다.
한편,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선 각 대학의 수시모집 분할 차수, 실시 전형, 접수·전형 일정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다. 원서 접수 기간도 짧아져 대학별 접수 시기가 동일한 경우도 많다. 이 이사는 "지원 대학의 수시 일정을 꼼꼼히 검토하고, 특히 전형일이 겹치지 않는지 잘 살펴 지원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평가이사
최저학력기준 강화… 수능 소홀히해선 안 돼
그동안 내심 '수시는 수능에 약한 학생용'이라고 생각했던 수험생이라면 그런 생각을 당장 버리는 게 좋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많은 데다, 올 들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능 반영 비중이 높은 우선선발 전형을 신설하거나 선발 인원을 늘린 대학도 많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정시모집은 수능 위주로 선발하고 수시모집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게 적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험생의 우선 순위는 분명해진다"며 "수시 준비 때문에 수능 공부를 소홀히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은 논술고사 비중이 큰 일반 전형에서 우선선발과 일반선발로 구분해 선발한다. 이중 우선선발은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게 적용한다.
연세대 인문계열은 언어·수리·외국어 모두 1등급을 받아야 하고, 자연계열은 수리 '가' 형과 과학탐구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아야 한다. 고려대도 인문계는 언어 또는 외국어 1등급에 수리 1등급, 경영대학·정경대학·자유전공학부는 언어·수리·외국어 모두 1등급을 요구한다. 서강대 경제·경영학부에 입학하려면 언어·수리·외국어 백분위 합이 292가 돼야 하는데, 이는 3개 영역 모두 1등급 안에 들어야 하는 수준이다. 건국대 논술우수자 전형과 이화여대 일반 전형도 올해부터 우선선발 제도를 신설, 자격 기준을 높였다.
이 소장은 "우선선발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 기준만 통과하면 실질 경쟁률이 대폭 낮아져 합격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히 자연계는 수리 '가' 형과 과학탐구에서 높은 등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선선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면 수십 대 1의 경쟁률이 몇 대 1 정도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논술 실력보다는 수능 성적이 당락을 가르는 셈이다.
그 외 전형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대학이 많다. 서강대는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에서 작년과 달리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했다. 건국대는 수능우선학생부 전형에서 '언어·수리·외국어 등급 합 5 이내(인문계)'를 요구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등급 합 4'로 최저학력기준을 높였다. 국민대 역시 교과우수자 전형에서 30%를 우선선발로 뽑는다.
이 소장은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 않는 전형도 있지만 선발 인원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시모집 지원자들은 자신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여부를 염두에 두고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