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무대 중심에 전주의 문학인과 화가, 국악인이 자리 잡는다. 세월의 비바람 속에 머리가 성기고 희끗해진 원로 예술인들이다. 지난 5월 24일 아동문학가 서재균·윤이현씨가 첫 콘서트를 연 뒤, 가야금 명인 강정렬씨(6월 21일), 화가 박민평씨(7월 26일)가 차례로 초대됐다. 전주문화재단이 몇 주씩 건너가며 목요일 저녁마다 열고 있는 토크 콘서트 '전주 백인의 자화상'이다.

토크 콘서트는 '나의 삶, 나의 예술'을 테마로 한옥마을 공연장이나 문학관, 동문 갤러리 등에서 열린다. 서재균·윤이현씨는 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에, 강정렬 명인은 소리문화관에 시민·학생들을 불러모았다. "각시보다 막걸리가 낫다"는 화가 박민평씨는 단골 막걸리집인 동문사거리 '길목집'에 동료, 후배 작가들을 초대했다.

지난달 26일 전주 동문거리‘길목집’에서 열린‘전주 백인의 자화상’콘서트에서 초대작가 박민평씨가 후배인 전주미협 김삼렬 지회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콘서트에선 관객과의 대담과 영상, 공연 등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 및 일대기를 소개한다. 첫 콘서트에서 언론인 생활 틈틈이 동화집을 낸 서재균씨는 "어린이들이 동화를 들으며 폴짝폴짝 뛸 때마다 행복했고 어린이를 위한 오페레타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이현 전 교장은 초등 교과서에 실린 자작 동시 '가을 하늘'을 낭송해주며 "동시는 내게 신앙이었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글을 쓰기 위해 아이들의 순수를 사랑했다"고 했다. 초등생과 학부모들은 두 작가의 작품으로 만든 동요를 부르고 구연 동화도 나눴다.

중요무형문화재인 강정렬 명인은 가야금산조 및 병창 제자 10여명과 함께 야외 특설무대에 올랐다. 단가 등 10여편을 후진들과 함께 연주해가며 자신의 삶과 가야금과의 인연, 가야금 병창의 세계를 들려줬다. '사실주의 로맨티스트'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화가 박민평씨는 후배들과 걸쭉한 막걸리를 나누며 자신의 예술 50여년을 돌이켰다. 나무젓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며 윤항기의 '이거야 정말'을 개사한 노래를 구성지게 뽑아내기도 했다.

토크 콘서트는 원로 예술인과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케 하려는 이벤트다. 콘서트는 더불어, 작가들에게 평생의 예술활동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계기가 된다. 콘서트엔 원로 작가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재조명, 집대성하자는 뜻도 담겼다. 유광찬 전주문화재단 이사장은 "소리없이 떠나가고 잊히는 원로들의 예술세계를 모아 정리하면 한 세기 전주의 문화사가 되고,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초대작가들은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모여 선정한다. 전주문화재단은 작가들의 발자취를 이들과 함께 더듬으며 대담 및 콘서트 시나리오도 미리 다듬는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는 영상과 음성, 사진으로 정리되고, 콘서트와 함께 기록으로 집적된다.

올해는 작가 10명을 이미 선정, 10월 18일까지 콘서트 일정과 장소를 예고했다. 당장 9일 오후 7시엔 화가 박남재씨가 콩나물국밥집을 개조한 동문예술거리 창작지원센터에서 추상과 구상을 종횡해온 그의 예술세계를 작품들과 함께 선보인다.

이달 중순 이후 시인 정양(16일), 한국화가 권병렬(9월 6일), 명창 이일주(〃20일), 소설가 홍석영(10월11일), 가야금명인 지성자(〃18일)씨가 콘서트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