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한풀 꺾였지만 30도가 웃도는 불볕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4세 이하 소아는 고온에 노출될 경우 땀을 배출하여 체온을 낮추는 자율신경 기능이 떨어져 있다. 이들은 더위로 탈수 현상이 생겨도 한참 지나 갈증을 느끼거나, 그런 증세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주변에서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먹게 해야 한다.
더위 먹은 증상 중에 가장 위험한 신호는 땀이 안 나는 상태에서 실신하는 경우다. 독거 노인 폭염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급격한 열 충격으로 체온 조절 기능이 사라졌다는 징후다. 폭염이 몸 안에 그대로 들어와 체내를 급속히 달군 경우다. 피부는 서늘할 정도로 차갑다. 이럴 때는 즉시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찬물 등으로 체온을 빨리 떨어뜨려야 한다.
더위에 장시간 시달리면, 우리 몸은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피부 쪽 혈관을 연다. 외부로 피가 몰리게 해서 열을 발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고 체내 주요 장기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할 수 있다. 심장병이나 뇌경색 위험이 평소보다 높아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경문 교수팀이 지난 96년부터 2002년도까지 7년간 응급실로 내원한 후 뇌졸중으로 진단받은 602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계절별 발생 추이를 조사해보니, 한여름인 7~8월이 한겨울인 12~1월에 비해 뇌졸중 발생 수가 많거나 비슷했다. 7월은 뇌졸중 환자가 544명으로 12월 539명보다 많았다. 8월 역시 532명이었다. 더운 여름이 뇌졸중 발생 사각지대인 셈이다. 게다가 요즘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거나, 올림픽 경기를 보느라 수면량이 부족할 수 있다. 6시간 이내 수면할 경우 뇌졸중 위험이 두 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평소에 이뇨제를 먹거나, 혈압약을 복용하거나, 정신과 약물을 상복하는 경우도 더위에 아주 취약하다.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질 수 있고, 어지럼증이나 구토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요로 결석이 있는 사람도 더운 여름에 잘 재발한다. 잔 돌멩이 같은 결석이 신장에서 방광으로 내려가는 요관에 잠복해 있다가, 탈수 증세로 소변량이 줄면, 결석이 방광 입구를 꽉 틀어막아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물과 전해질 음료를 자주 먹어야 한다. 흔히 맥주가 결석 예방에 좋다고 알려졌으나, 과도한 음주는 탈수를 유발하여, 되레 요로 결석 위험이 커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는 "폭염은 평소 갖고 있던 건강 위험 요인을 증폭시킨다"며 "몸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단순히 더워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고 잠복해 있는 질병이 있는지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