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52)가 싱가포르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이징의 유명 변호사 진샤오펑(金曉鵬)은 "구카이라이가 싱가포르 국적자라는 특수 신분이어서 이번 사건은 외국인 관련 사건"이라면서 "외국인 사건은 통상 국내인 사건에 비해 재판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BBC가 8일 보도했다. 진 변호사는 또 "구카이라이는 사실로 입증될 경우 사형에 처할 범죄를 저질렀지만, 정치적 배경 때문에 사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4월 구카이라이가 헤이우드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 발표할 당시, 남편의 성씨를 붙여 '보구카이라이(薄谷開來)'라고 지칭해 구카이라이가 외국 국적 보유자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부패로 모은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기 위해 부인과 아이들을 미리 국외로 내보낸 채 홀로 생활하는 관료들을 '뤄관(裸官)'이라고 부른다. 구카이라이가 싱가포르 국적이라면, 공산당 정치국원으로 중국 최고지도부의 일원이었던 보 전 서기 역시 '뤄관'에 해당하는 셈이다.

한편 닐 헤이우드는 살해되기 전, 구카이라이와 공동으로 베이징에서 영국 명품 쇼핑센터 건설을 추진했으며, 이 프로젝트의 커미션(수수료) 문제로 구카이라이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우드는 예상 수익이 8000만파운드(약 1400억원)에 이르는 이 프로젝트의 수수료로 10%(800만파운드)를 요구했고, 구카이라이는 '탐욕이 지나치다'며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홍콩 명경(明鏡)신문망은 8일 영국 언론과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 "10% 수수료 지불을 거절당한 헤이우드가 '모종의 자료'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자 구카이라이가 살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한 법률전문가는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의 폭로 내용이 자신은 물론, 남편인 보시라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