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올림픽 개막식’이라고만 부르기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28일(한국시각) 새벽 개막한 2012 런던 올림픽은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완성한 그야말로 ‘문화의 집결체’였다.

2009년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대니 보일 감독이 총감을 맡은 이번 개막식은 3시간짜리 영화와 뮤지컬을 보는 듯한 ‘이야기가 담긴’ 개막식이었다. 이날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이라는 주제로 산업 혁명을 거쳐 세계 대전 이후 영국의 근현대사를 훑어냈다. 이날의 주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Tempest)'에서 따왔다.

디지털 문명이 사로잡은 현대인의 모습은 70년대 빈티지 풍의 음악과 의상과 어우러져 현대와 과거가 맞닿아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3시간 공연에 2만여명이 동원됐고, 2700만 파운드(약 488억원)를 투입했다. ‘블록버스터 영화’급이었다.

세계인의 화합을 꾀하는 올림픽이지만 영국의 잠재력과 문화 강국으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거장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비틀스가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끌어가는 주요 축이 됐다. 런던올림픽 개막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더 템페스트(The Tempest)’의 대사 ‘두려워하지 마라. 영국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할 것이다(Be not afeard:the isle is full of noises)’가 적힌 23t의 대형 ‘올림픽 벨’이 울리며 시작을 알렸고, 배우 겸 영화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더 템페스트'의 한 대목을 낭독한 뒤 소설 '해리 포터' 작가 조앤 K.롤링이 어린이 문학의 고전인 '피터 팬'의 도입부를 직접 읽는 등 런던올림픽은 영국 문학으로 그 찬란한 막을 열었다.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맞게 세계인의 감성을 뚫기 위해 동원된 건 영국의 대중음악이었다. 8만여명의 관중과 선수단, 전 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영국의 자랑거리들이 거리낌 없이 선보였다. 특히 영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의 대표곡으로 이뤄진 무대는 그야말로 세계 최대 규모의 뮤지컬이었다.

롤링 스톤스의 '새티스팩션', 비틀즈의 '쉬 러브즈 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비지스의 '스테잉 얼라이브 등 명곡을 비롯해 섹스 피스톨스, 에릭 클랩턴,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라디오 헤드 등 영국이 자랑하는 팝 아티스트들의 명곡이 개막식장 곳곳을 꽉 채웠다. 인기 래퍼 디지 래스컬은 직접 무대에 나와 '봉커'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인 대니얼 크레이그(제임스 본드 주연)를 비롯해 인기 코미디언 미스터 빈이 화면에 비치는가 하면, 월드와이드웹(www)을 창시한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 경(sir)이 직접 무대에 등장해 많은 사람의 환호를 받았다.

살아있는 전설 폴 매카트니가 런던 올림픽 개막식 대미를 장식했다.

무엇보다 대미를 장식한 건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그룹 비틀즈의 멤버이자 ‘살아있는 전설’ 폴 매카트니였다. 그의 얼굴 주름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로 개막식장을 꽉 메웠다. 피아노를 직접 치며 그의 히트곡인 ‘디 엔드(The End)’를 열창하자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고, 비틀스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헤이 주드(Hey Jude)’를 부르자 관객들과 선수단은 환호성을 치며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후렴구인 ‘나~나나나~’를 따라 불렀다. 정말 전 세계가 하나가 된 듯한 분위기였다.

열창하며 관중들을 하나로 모은 폴 매카트니

폴 매카트니는 두 손으로 큰 원을 그린 뒤 “웰컴 투 런던(Welcome to London)”이라는 말로 이날 개막식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런던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하나의 삶(Live As One)', 모토는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으로 내 걸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는 205개의 국가와 1만 6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으며, 26개 종목을 두고 302개의 금메달을 다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