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떠나보니 야구를 꼭 해야겠다고 느꼈죠."
KIA 포수 송 산(30)은 한때 팀내에서 유명한 '빠삐용'으로 통했다. 자유를 찾아 끊임없이 탈옥을 시도하는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처럼 수시로 팀을 이탈해 도망다닌다는 의미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KIA에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송 산은 장타력이 뛰어난 공격형 포수로 김상훈의 뒤를 이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조금씩 야구장과 멀어졌다. 그리고는 이내 '유망주'가 아니라 '빠삐용'으로 불리게 됐다.
방황이 이어졌다. 야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해보려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긴 방황끝에 깨달은 것은 "역시 나는 야구를 해야하는구나"였다. 뒤늦은 깨달음을 경험한 송 산은 이제 더 이상 '빠삐용'이 아니다. 무려 4년만에 돌아온 프로야구 무대. 그는 이제 당당한 KIA의 '1군 포수'다.
▶'빠삐용'에서 스스로에게 엄격한 남자로
지난 3월말, 정규시즌 개막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자는 송 산과 전화 인터뷰를 시도한 적이 있다. 4년만에 팀에 복귀한 그가 스프링캠프부터 남못지 않게 많은 땀을 흘린 것을 봐왔고, 또 시범경기에서도 꾸준한 활약으로 개막 엔트리 진입이 유력해보였기 때문이다. 방황과 좌절, 그리고 재기의 몸부림. 그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모두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끝내 무산됐다. 송 산이 정중하게 고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송 산은 이렇게 말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부끄러워서 못하겠네요. 아직 보여준 것도 특별히 없는데, 괜히 말만 앞세우는 것 같고요. 이해해주십쇼"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가는 경상도 사나이의 목소리에서 남다른 각오가 느껴졌다.
그후 송 산의 모습을 주시해왔다. 예상대로 그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고, 꾸준히 1군에서 백업포수로 제 몫을 해왔다. 주장인 차일목(17경기)에 이어 13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안방을 지킨 송 산은 10경기 이상 소화한 8개 구단 포수 중 가장 뛰어난 도루저지율(6할6푼7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광주 넥센전에서는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와 끝내기 내야땅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연장전 대타 끝내기 내야안타'는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처음으로 나온 매우 희귀한 장면. 팀 승리가 확정되자 전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송 산에게 축하의 물세례를 퍼부었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끝내기 세리머니였다.
그러나 송 산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조금 더 확실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한 까닭. 이날 타석에 들어서기 전 송 산은 선동열 감독과 이건열 타격코치, 이순철 수석코치, 전 주장 김상훈에게 차례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들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선 감독과 타격코치는 "힘이 좋으니 이번에는 50%의 힘으로 가볍게 치라"고 했고, 이 수석은 "직구타이밍에서도 변화구가 오면 공략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가져라"고 격려했다. 김상훈은 "산아, 네가 끝내"라며 주먹을 맞부딪혀줬다.
하지만 송 산이 자신있게 친 타구는 3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다행히 넥센 내야진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송 산은 끝내기 내야땅볼로 결승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송 산은 "팀이 이긴 것은 기쁘지만, 좋은 타격을 못해서 순간적으로 화가났다"고 했다. 한때 '빠삐용'이라 불렸던 송 산은 이제 스스로에게 엄격한 남자가 돼 있었다.
▶연기자를 꿈꾸던 송 산, "야구가 내 천직"
그렇다면 송 산은 20대 초중반에 걸쳐 왜 그토록 많은 방황을 했을까. 송 산은 한 마디로 "어리고 철이 없었다"고 했다. 입단 초기에 받은 주위의 기대감 때문에 자만한 탓이다. 그는 "당시 유남호 감독님과 장채근 수석코치님 속을 참 많이 썩여드렸죠. 기대를 받으면 열심히 해야하는 데 너무 자만했고, 겁이 없었어요. 그러다 결국 나의 위치를 인정 못하게 된 거죠. 성적이 안나오고, 보완할 점이 생기면 더 노력해야했는데 그냥 뛰쳐나간거에요"라고 털어놨다.
이후는 방황의 연속이었다. "말도 안되는 행동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죠. 그때는 솔직히 '야구 말고라도 내가 못할 게 뭐 있겠나'라는 생각으로 다른 길을 찾으려고 했어요."
야구를 스스로 버린 송 산은 이색적으로 '연기자'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그렸다. 송 산은 "솔직히 잘 생긴 편은 아니지만, 개성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서울로 무작정 올라와서 아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연기를 하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이대진 선배에게 절친 사이인 연기자 겸 무술감독인 정두홍 감독을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도 했죠"라며 이색적인 도전기를 소개했다.
하지만 배우가 되는 것은 야구를 잘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낯선 서울에서는 아르바이트 한 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점점 생계가 곤란해지면서 송 산은 '아, 이게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새로운 꿈을 접게 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참 해놓은 것 없이 시간만 보냈다는 후회가 들어요" 송 산은 씁쓰레하게 웃었다. 지난 4월 중순, 송 산은 잠실구장에서 LG 소속이 된 선배 이대진을 다시 만났다. 이대진은 송산에게 "다시 (야구장에) 와 보니 어떠냐. 아직도 배우가 되고 싶니"라고 물었고, 송 산은 단호히 말했다. "아뇨. 야구를 하게 되니까 정말 좋습니다"
그렇게 다시 방망이를 잡은 송 산은 "지금은 뭐랄까 절실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편해요. 1, 2군에 상관없이 야구하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니까 야구장에서 더 활기차게 운동할 수 있는 것 같네요. 선 감독님과 이 수석코치님도 편안하게 하라고 배려해주셔서 더 열심히 하게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몇 경기 출전에 타율 얼마, 타점 얼마'하는 식으로 설명될 수 없다. 그런 식으로 말하기에는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때문에 송 산은 신인처럼 말한다. "수치로서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쉽게 신인들이 말하는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가 진짜 목표에요.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공격도 수비도 배울 게 많거든요". 서른의 송 산, 마음 만큼은 군기 바짝 든 신인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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