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를 보던 운전사의 화물트럭에 치여 상주시청 소속 사이클 선수 3명이 숨지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2일. 기자는 경북 상주 시내 한 자동차 인테리어점을 찾았다. "운전하면서 DMB를 볼 수 있게 내비게이션 락(운행 중 시청금지 기능)을 풀어달라"고 말하자, 주인 A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제 DMB 사고 후 자동차회사에서 '락을 풀어주지 마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손님이 손쉽게 할 수 있으니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차량 출고 때 장착되는 순정 내비게이션은 안전 운행을 위해 주행이 시작되면 자동으로 DMB 화면이 꺼지도록 설계돼 있다. 그나마 차량 DMB에 안전장치를 달아놓은 것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전국의 대부분 카센터나 자동차용품점에서는 고객들이 2만~3만원만 내면 20~30분 안에 주행 중 DMB 잠금 기능을 풀어 주고 있었다.
◇버튼 일곱번 누르니 '주행 중 DMB 금지' 풀려
3일 오후 국내 최대 중고차시장인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자동차매매단지의 카오디오점 밀집 골목.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다루는 카오디오점 80여곳에는 가게마다 '순정내비(내비게이션) 개조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빠짐없이 붙어 있었다.
"3만원 내고, 20분만 작업하면 운전 중에도 DMB 쌩쌩 나와요."
카오디오점 사장 이모(48)씨는 "7인치짜리 내비게이션 락(잠금)을 푸는 건 2만~3만원, 고급형인 8인치는 락 해제장치를 달아야 되니 15만~2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씨 가게로 고급 신형 승용차를 몰고 온 자동차딜러 김모(34)씨는 "요즘은 고객들이 차를 구입하면 내비게이션 락 해지는 기본 서비스"라고 말했다. 7년째 내비게이션 장사를 했다는 M사 김모씨도 "(내비게이션) 개조만 한 달에 20여건씩 한다"고 했다.
인터넷에서도 DMB 락 해제 관련 정보들은 넘쳐나고 있다. 검색 사이트인 구글에서 '내비게이션 락 해제'로 클릭하면 관련 글들만 34만건이 넘게 뜬다. 검색된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 내비게이션 왼쪽 상단 귀퉁이를 6번 눌러 '엔지니어 모드'로 들어간 뒤 '주행 중 규제'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DMB 락이 풀리는 장면이 보였다.
1000만대 규모(업계 추산)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90%를 차지하는 외장형의 경우는 아예 주행 중 DMB 시청을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내비게이션 업체 팅크웨어 측은 "DMB를 켜면 '운전 중 DMB 시청은 위험하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오고, 주행 중 소리만 나오도록 고객이 설정할 수도 있도록 해놨다"고 말했다.
◇DMB 2개 설치… 노래방 기능도
택시기사 등 하루 대부분을 차에서 보내는 직업 운전기사들은 차량에 내비게이션을 2대씩 설치하기도 한다. 택시기사 이모(40)씨는 "평소에 스포츠를 좋아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외 개인용을 하나 더 달았다"며 "길 안내와 DMB 모두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 속 시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김모(38)씨는 "평소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과 휴대폰 DMB를 켜둔다"며 "여러 대를 달아놓으면 채널을 돌릴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고 했다. 도로안전공단 이재원 안전평가팀장은 "한 대의 내비게이션만으로도 시선이 분산돼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데, 두 대씩이나 달아 놓고 운전하면 위험은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서 심지어 운전하면서 '노래방'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심모(38·자영업)씨는 "새벽에 운전을 할 때 졸음이 오면, 내비게이션 노래방을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며 운전한다"며 "가끔 가사가 생각나지 않으면 화면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