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는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과 법안을 독자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일명 몸싸움 방지법)에 따르면 국회 의석의 60% 이상을 차지하지 않으면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에서 여야 간 논란이 있는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가 힘들게 돼 있다.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처음으로 국회 운영의 기본 선을 과반에서 60%로 높인 게 이번 국회법개정안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①신속처리법안은 지정단계서 제동
국회에서 각종 법안을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쟁점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fast track)으로 지정,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소수당의 고의적 저지를 피해 본회의에 자동 상정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정상적으로 상임위·법사위를 모두 거치는 것이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상임위나 전체 재적의원의 과반 요구에, 이중 5분의 3(60%)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이 150석, 민주통합당이 127석인 의석 구조하에선 어느 당도 단독으로 쟁점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기 어렵다. 한미 FTA처럼 야당이 적극 반대하는 법안은 처음부터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만일 소수당이 신속처리 법안 지정에 동의해 준다면, 이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180일 이상 처리가 안 되면 자동으로 법사위로 넘어간다. 법사위에서 90일이 지나면 본회의로 회부되고, 본회의에서 60일이 지나면 자동 상정된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소수당이 재적 3분의 1의 의결로 합법적·고의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면 그 회기(會期) 내에선 법안을 처리하기 힘들다. 필리버스터는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도록 돼 있다. 이렇게 하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도 1년여가 지나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
②일반 안건으로 가면 산 넘어 산
신속처리 안건이 아닌 일반 안건으로 가면 상임위와 법사위 등의 모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대 50일이 걸리는 상임위 안건 상정 이후에도 상임위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여야 3인씩 동수의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90일간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상임위원장이 야당 소속이면 미합의 안건은 사실상 처리가 힘들다.
여야가 합의 또는 표결로 안건을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야당이 위원장을 차지하는 법사위를 통과하기는 더 힘들다. 야당의 반대로 안건이 120일 이상 처리되지 않으면 법안을 통과시킨 해당 상임위의 위원장과 간사단이 합의하거나 상임위 소속 의원 60% 이상의 의결이 있으면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다. 야당이 사실상 합의를 해줘야 법사위 통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 심사 과정 곳곳에서 '60% 룰'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달 17일 국회 운영위를 통과한 원안에 비해 법안 처리 가능성을 조금 더 높인 것이다. 그러나 전체 의석의 60%를 확보하지 않으면 여전히 의안 통과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