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2 프로야구 시범경기 기아와 삼성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기아 선동열 감독이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3.30

과감하고 냉정한 'SUN 파워' 앞에 베테랑은 사라지고 말았다.

스포츠조선 20090506 6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히어로즈와 기아 타이거즈이 경기에서 6초 2사 이종범이 좌중월 솔로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서 환호 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

KIA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종범이 지난 3월31일 오후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다. 정규시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이종범의 은퇴선언은 매우 의아한 일이다. 두 달 가까이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팀의 스프링캠프를 끝까지 완주한 데다 불과 2주일 전만해도 "올해 후배들과 함께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던 이종범이었다.

그렇기 때문이 이번 은퇴는 사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더불어 이를 통해 다시한번 KIA 선동열 감독의 영향력과 냉정한 판단이 부각되고 있다. 선 감독은 삼성 재임시절이었던 지난 2010년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양준혁을 은퇴시킨 바 있다. 이종범과 마찬가지 케이스다.

▶SUN이 만들어낸 양준혁과 이종범의 닮은 꼴 은퇴

양준혁과 이종범은 이견의 여지없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1993년에 나란히 프로에 데뷔한 이들은 첫 해부터 엄청난 두각을 나타내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더불어 타격 기술에 있어 한국야구를 한 단계 이상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세월의 무게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특히 40대에 접어들면서 기량면에서 뚜렷한 저하 추세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구단 안팎에서 '은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젊고 가능성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세대교체를 하고 싶어한 것이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코치급 선수'를 관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팀에서 15년 이상씩 뛰면서 '팀의 상징'이 되다보니 선수가 갖고 있는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을 은퇴시킬 경우 불어닥칠 팬심의 반발도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계속 쓰자니 경기력 저하를 피할 수 없는 상황. 구단의 입장에서 양준혁이나 이종범은 어떤 의미에서는 '계륵'처럼 여겨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순간에 바로 선동열 감독의 영향력이 발휘됐다. 선 감독은 이미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최고 스타플레이어 출신인데다 양준혁이나 이종범과도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 때문에 보다 냉정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선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명성'이 아니었다. 그보다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냉혹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단호하게 양준혁과 이종범의 은퇴를 결정해버린 것이다.

은퇴를 강요받는 선수의 서운함이나 팬들의 저항감은 무척 컸겠지만, 구단의 입장에서는 선 감독이 나서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격이 됐다. 어쨌든 과거 양준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 시점에서 '이종범 은퇴'에 대한 반발은 구단보다는 선 감독을 향하게 됐다.

▶SUN은 왜 더 기다려줄 수 없었나

그렇다면 선 감독은 왜 굳이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나서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을까.

양준혁이나 이종범의 은퇴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0년 은퇴당시 양준혁의 나이는 만 41세. 우리식으로는 42세였다. 1970년생인 이종범은 올해 만으로 42세다. 그들 스스로도 '길어야 1~2년' 정도로 현역 마감 시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1~2년 정도만 기다렸다면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고, 은퇴식을 치렀을 수도 있다. 양준혁이나 이종범이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이들은 '은퇴를 강요받았다'고 생각한다.

선동열 감독이 이들을 기다려주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그의 감독으로서의 철학이다. 선 감독은 주니치 시절 은사로 모신 호시노 센이치 당시 주니치 감독의 냉정하고 과감한 스타일에 일정부분 영향을 받았다. 호시노 감독은 선수의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다. 아무리 대스타라고 해도 부진하면 단호히 돌아서고,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이러한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한 선 감독도 국내로 돌아와 삼성 감독이 된 뒤 빠른 야구, 그리고 선수의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 야구를 하고자 했다. 그런 선 감독의 입장에서는 젊고 가능성이 풍부한 선수들이 은퇴가 머지 않은 베테랑에게 밀려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늘 아쉬웠다.

선 감독이 양준혁이나 이종범에게 서둘러 은퇴를 권유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은퇴'에 대한 개인의 철학 때문이다. 선 감독은 '은퇴'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현역 시절도 중요하지만, 은퇴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을 잘 풀어나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는 철저히 자신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철학이다. 선 감독은 주니치에서 한참 좋은 성적을 냈던 1999 시즌을 마치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주니치에서도 그를 잡았고, 미국 메이저리그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선 감독은 "좋은 모습일 때 떠난다"며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이후 선 감독은 삼성 수석코치를 거쳐 감독이 된 뒤 이후 한국시리즈 2연속(2005~2006) 우승을 이끌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선 감독은 양준혁이나 이종범도 자신처럼 은퇴 이후 성공한 야구지도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있었다. 이종범이 은퇴를 밝힌 후 선 감독은 "은퇴 자체가 아쉽겠지만, 명예롭게 현역을 마감하고 제2의 야구인생을 멋지게 이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은퇴한 이종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종범은 은퇴를 발표한 직후 기자와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2군에서 잠시 머무르며 다시 1군 진입을 노려볼 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서둘러 은퇴를 발표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종범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종범이니까 그렇게 하는 거지". 2군에서 1군 진입 기회를 노리는 것은 그가 해태와 KIA에서 쌓아온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은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종범은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중요한 것은 아직 이종범이 향후 진로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KIA 구단은 이종범에게 코치연수 등을 제의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종범은 "아직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가족과 상의해본 뒤에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종범은 1일 오전 광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갔다. KIA 구단은 "이종범과 상의해서 앞으로 은퇴경기나 기자회견, 그리고 진로에 대해 잘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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