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면서도 아름답게 테일러링(재단)된 작품이다. 그는 철학자 같다. 패션을 문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디자이너 임상균(미국 명 Siki Im)씨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뉴욕타임스의 스타일매거진인 ‘T매거진’은 최근 호에서 ‘Thinker, Tailor(사상가, 재단사)’라는 제목으로 임씨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미국에서 시키 임(Siki Im)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임씨는 독일 이민 2세대로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뉴욕에서 건축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 뒤 건축학적인 재단의 아름다움에 빠진 그는 디자이너로 전향해 헬무트 랭, 칼 라거펠트 등 유명 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국내에선 지난 2010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수상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은 신인들에겐 인색하기로 정평이 난 뉴욕타임스에 자주 실려, 이미 뉴욕 패션 업계에선 ‘떠오르는 스타’로 손꼽혀 왔다.
임씨는 T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헬무트 랭은 내가 항상 이상적으로 그려왔던 꿈의 디자이너였다. 그는 미학적인 디자인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헬무트 랭에서 일하면서 생산과 머천다이징 등 패션의 상업적인 분야는 배웠지만, ‘창의성의 발현’이라는 그 스스로의 기준을 충족시키진 못했다. 2009년 당시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2011년 내놓은 디자인은 한복선을 닮았다. 풍성한 바지선은 한복 바지의 여유를 따왔고, 목선은 한복 저고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해외 언론은 “동양적인 아방가르드(전위성)가 환상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는 일부 국내 디자이너들이 요지 야마모토나 꼼데 가르송(레이 가와쿠보) 등 전위적인 일본 디자이너의 작품과 유사한 재단의 옷을 내놓은 데 반해 그는 한복에서 영감을 얻었으면서도 이를 새롭게 재해석해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 T매거진은 성공적이었던 그의 2010년 컬렉션을 다시 소개하면서 “재단의 새로운 문법을 도입했다”고 평가했다. “버튼과 여밈 장식은 모두 숨겨져 있고, 종이접기(origami) 스타일의 재킷 포켓은 삼각형으로 변신해 있고 셔츠는 튜닉처럼 변신했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토속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각각의 의상은 너무나 잘 재단돼 있다.”
T매거진은 또 “데뷔작을 통해 그는 구조적이고 매력적이며, 입고 싶게 만드는 의상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컬렉션은 좀 더 철학적인 사상을 담았다. 장 보들리야르나 들뢰즈 같은 철학자의 문화적 사회적 사상을 의상으로 표현했다. 서구화, 글로벌화, 또 아랍에 불었던 ‘아랍의 봄(2010년 12월 이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과 미국의 후기 마르크스주의자 철학자인 프레데릭 제임슨의 사상을 잘 엮어 표현했다고 T매거진은 해석했다.
T매거진은 의상이 갖고 있는 다양한 해석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그의 작품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한마디 곁들였다. “우선 의상 본질 자체로도 너무나 훌륭하다. 포켓은 미묘하고 스카프와 셔츠는 풍성하고 아름다우며 잘 주름 잡혀 있다. 시키 임은 볼륨에 대한 문법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