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7일 전남 목포 앞바다를 운항하던 6422t짜리 시멘트 운반선 '신양호'에 바닷물의 탁도(濁度·흐린 정도)가 정상치보다 10배 이상 높다는 정보가 수집됐다. 이 정보는 직선거리로 약 300㎞ 떨어진 부산에 있는 국토해양부 산하 해양환경관리공단 기후수질팀 전산망에 곧장 전달됐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이 정보를 토대로 목포 앞바다의 수질이 악화한 원인 등에 대한 분석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천항을 출발해 남해안을 거쳐 강원도 동해항(편도거리 약 1250㎞)까지 매월 8차례 왕복하는 시멘트 운반선 신양호가 우리나라의 첫 '해양 환경 감시선'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신양호에 해양 오염 상황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인 '페리박스(Ferry Box)'를 설치한 것이다.
수질 센서와 기상 센서, 각종 측정 장비 등으로 구성된 이 장치는 암모니아, 질산염, 인산염 등의 영양염류와 용존산소량, 탁도 같은 주요 해양 오염지표를 자동으로 정밀 측정해낸다. 페리박스는 수중 2m에서 끌어올리는 바닷물 가운데 일부를 시료로 채취해 5~20분 간격으로 오염도를 측정해 무선 통신망을 통해 해양환경관리공단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해양환경관리공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안 오염 측정은 연구 조사선이 해안에서 1~2㎞ 정도 떨어진 가까운 앞바다에 1년에 네 차례 나가 수동으로 오염도를 측정한 것이 전부"라며 "신양호는 특정 시기에만 측정이 이뤄지고 먼 바다를 감시할 수 없는 지금까지의 한계를 모두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동 측정방식은 연간 14억원 정도 들지만 페리박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연간 운영비가 6000만원 정도로 훨씬 싼 것도 장점이다.
선박에 페리박스를 설치해 해양 오염을 감시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2년부터 17개 항로에 페리박스를 설치했고, 북유럽 국가들도 자국 연안을 지나는 배에 페리박스를 설치해 해양 오염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