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A양은 왕따폭력을 가하고 전학 간 가해 학생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A양의 반에는 걸핏하면 욕설을 하고 다른 친구들의 물건을 뺏거나 때리는 학생이 있었다. 폭력이 심해지자 A양은 친구들 몇 명과 의논해 담임교사에게 신고했다.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에 대해서 전학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가해 학생이 전학 간 학교는 A양이 다니는 학교에서 걸어서 10분밖에 걸리는 않는 곳에 있었다.

바로 옆 동네로 전학 간 가해 학생은 한 달 뒤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 찾아왔다. 가해 학생은 A양을 보자마자 "왜 고자질 했냐" "죽고 싶냐"고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 겁이 난 A양은 온몸에 땀이 나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다행히 다른 친구들이 있어 그 자리에서는 도망쳤지만, 이후 A양은 악몽을 꾸고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A양은 "교문을 나설 때마다 그 아이가 와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며 "가해학생이 전학 간 학교가 우리 동네랑 가까워 그 학교 앞을 지나칠 때가 있는데, 그 아이를 만날까 봐 늘 마음이 불안하다"고 했다.

일선 학교 교사와 전문가에 따르면, 왕따폭력을 저질러 전학 가는 학생들이 대부분 같은 학군 내에 있는 학교로 재배치되는 탓에 피해 학생을 찾아가 협박하는 등 '2차 피해'가 심각하다. 가해 학생 중에는 자신을 신고한 피해 학생을 일부러 찾아가 괴롭히는 '스토커 가해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왕따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이 다른 학교장에게 가해 학생을 받아달라고 요청해 수락을 받는 방식으로 전학시켰다. 지역교육청 교육장에게 요청해 관할 자치구 내에서 임의로 배정할 수도 있지만, 일부 성범죄 등을 제외하면 다른 자치구로 전학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행 제도로는 왕따폭력을 저지른 학생에게 전학 결정이 내려져도, 가해 학생이 거부하면 강제로 보낼 수 없다. 전학을 보낼 수 있는 지역 범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때문에 가해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대부분 동일 학군 내 학교로 배치된다. 왕따폭력과 관련된 학생이라도 전·입학할 학교 배정은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는 제도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B군은 지난해 초부터 같은 학교 C군에게 돈을 뺏기거나 팔·어깨 등을 주먹이나 발로 수차례 맞았다. "부모나 선생님에게 알리면 가만 안 두겠다"는 협박도 했다. C군은 수차례 왕따폭력을 저질러 결국 지난해 말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학교로 전학했다. B군의 부모는 "전학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격리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인데, 바로 옆 동네로 전학 가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불안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이 다른 시·도 등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전학 가는 것을 선호하겠지만, 가해 학생의 학습권이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무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유형우 교육소장은 "왕따폭력이 발생하면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법을 재·개정해 왕따폭력 문제로 전학하는 학생은 거주지 이전 없이도 최소한 읍·면·구 단위를 넘어 전학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자토론] 학교 폭력,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