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대학별로 올해 신입생 선발 계획을 발표하지만, 2013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수시모집 6회 제한과 수시 예비 합격자의 정시모집 지원 금지'란 새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이 발표를 미룰 전망이다.
2013학년도 4년제 대학의 전체 선발 규모는 대학 구조조정의 영향 때문에 지난해보다 7035명이 줄어 37만5695명으로 집계됐다. 수시모집 인원도 1385명이 줄었다. 하지만 전체 정원의 축소로 인해 수시모집 비율은 지난해보다 0.8% 증가한 62.9%에 이른다. [표1 참조]
이처럼 수시모집 규모가 전체 정원의 절반 이상이다 보니 대부분의 수험생은 수시모집에 많은 비중을 두고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실제 경쟁률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논술을 실시하는 일반전형의 경우 중앙대 의예과 424:1, 한양대 의예과 301:1 등 경쟁이 매우 치열해져 수시모집 선발 인원은 늘어났지만 합격하긴 더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2012학년도부터 수시 미등록 충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실제 모집에서 선발 인원을 모두 채우긴 구조적으로 어렵다. 우선 지난해 주요대학 수시모집 결과에서 나타난 특징들을 살펴보자.
1. 서울 주요 대학실제 수시 선발 비율 52.2%
2012학년도 대학입시에선 처음으로 '수시 미등록 충원' 제도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수시모집 정원을 모두 채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정시모집과 달리 수시모집에선 많은 대학에 복수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들의 중복 합격으로 인한 이동이 많고, 미등록 인원에 대해 충원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엿새에 불과해 적지않은 인원이 정시모집으로 이월된 것. 실제 2012학년도 주요 대학의 수시·정시모집의 실제 선발 인원을 조사한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표2 참조]
2. 최상위권 대학실제 정시 선발 인원 적어
대학별로 정시모집에서 선발하고자 계획했던 인원과 실제 선발한 인원의 차이는 상당히 큰 편이다. 2011·201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시와 정시 선발 인원이 비슷했던 고려대의 경우, 당초 정시모집에서 선발하고자 한 인원은 2개년도 모두 인문계는 628명으로 동일했고, 자연계는 473명과 483명으로 비슷했다. 이를 연도별로 비교해보면 2011학년도에 인문계는 288명이 이월된 916명, 자연계는 432명이 이월된 905명을 선발해 정시모집 선발 인원이 과반수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2학년도 정시모집에선 인문계 71명, 자연계 166명만이 이월돼 실제 정시모집의 선발 인원은 38.1%로 크게 줄었다.
서강대, 연세대, 중앙대 등도 고려대와 마찬가지로 2011학년도에 많은 인원이 정시로 이월됐지만 2012학년도 정시모집의 실제 선발 인원은 40%를 넘지 못했다. 이들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워낙 많은 인원을 선발하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수시 미등록 충원 기간에 상당수 인원을 충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희대, 숙명여대, 한국외대 등은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에도 많은 인원이 정시로 이월됐다. 이들 대학도 다른 최상위권 대학과 마찬가지로 미등록 인원을 충원했지만, 이미 합격한 학생 중 상당수가 다른 대학에 중복으로 합격해 이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3. 주요 대학 수시 정원 65%학생부·논술 전형
위 그래프는 서울 소재 15개 주요 대학의 2012학년도 수시모집 선발 인원을 6가지 전형 유형으로 구분, 선발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이들 15개 대학은 수시모집 총 선발 인원 2만5212명 중 9545명(37.8%)을 논술 중심 전형으로, 6848명(27.2%)을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두 전형의 비율이 수시 전체 정원의 65%에 이른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은 논술 중심 전형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12학년도 수시모집에선 논술 중심 전형으로 고려대 1386명(수시 전체 정원의 53.6%), 연세대 1183명(50.1%), 서강대 560명(50.6%)을 선발했다. [그래프 참조]
4. 대부분 수시 전형'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주요 대학의 학생부와 논술 중심 전형은 87% 이상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다시 말해 어학이나 기타 수상 실적에서 뛰어난 성적을 갖고 있거나, 농·어촌 학생이나 사회 기여자와 같이 특별한 지원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은 대다수 수험생이 지원하는 두 전형의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충족 여부가 가장 중요한 합격의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이 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수험생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2011학년도 수능 응시생 66만8991명을 기준으로 언·수·외·탐 4개 영역 중 2개 영역에서 2등급을 충족한 수험생의 비율은 인문계열 13.9%(5만8170명), 자연계열 12.6%(3만349명)에 불과했다. 2013학년도 대학입시 역시 큰 틀에선 변화가 없을 것이므로 수시모집 위주로 상위권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수능 성적은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