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은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의 원년(元年)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50년 전이다. 그해 박정희(朴政熙)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그 첫 역사(役事)로 1월 27일 울산공업센터(공업특구)를 지정·공포하고 2월 3일 센터 조성 첫 삽을 떳다. 간절한 염원을 담은 기념비도 세웠다. 울산 도심에 우뚝 선 공업탑 비문엔 '4000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 울산을 찾아 여기를 신공업도시로 건설하기로…'라는 비원(悲願)을 새겼다. 울산공업센터 개발에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의 명운(命運)을 건 것이다.

당시까지 인구 8만명 남짓한 반농반어촌이었던 울산은 그해 처음 시(市)로 승격하고 공장을 하나 둘 가동하면서 사상 처음 26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이후 수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5년 뒤인 1967년 1000만달러 돌파했다. 1968년 현대자동차 가동, 1971년 울산석유화학단지 완공, 1972년 현대 울산조선소(현대중공업) 준공 등 울산은 숨가쁘게 달렸다. 그래서 대한민국 최대 공업단지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KTX 울산역 앞에 건립 중인 울산공업센터 50주년 기념 상징물. 고래를 형상화한 티타늄 소재로 작품명은‘회귀(回歸) 그리고 비상(飛上)’.

여기에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하는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본격화하면서 수출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1974년(3억달러) 처음 1억달러를 넘기더니 18년 만인 1992년 100억달러를 돌파했고, 다시 19년 만인 2011년 대망의 1000억달러 금자탑을 세웠다. 이 50년 동안 수출액이 40만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지난 반세기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땀과 도전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산업화 50주년 자축행사 '풍성'

그래서 울산시는 50주년을 맞는 울산공업센터 지정·공포(1월 27일)와 기공식(2월 3일)을 기념하기 위해 27일부터 2월 3일까지 8일간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모두 4개 분야 17개 기념행사(사업)를 준비했다. 캐치프레이즈는 '근대화 50년! 새로운 도전 100년!'이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온 50년을 바탕으로 미래의 100년을 기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첫날인 27일 '울산 도약 제2선언문' 비석 제막식을 남구 신정동 공업탑에서 갖는다. 지난 반세기 산업 근대화의 역사적 성과를 되새기고 울산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다. 울산박물관은 울산 경제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최초의 국산 승용차 모델인 포니 등 80여점의 자료와 실물을 선보인다. '명장(名匠)의 전당'도 준공한다. 박물관 내부 2층 벽면(가로 7.5m, 세로 2.7m)에 대한민국 산업명장(산업현장 15년 이상 종사자로 해당 분야 최고 기능인)과 품질명장(산업현장 10년 이상 종사자로 최고의 품질 혁신 기여자) 164명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마지막 날인 2월 3일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울산공업센터 5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기념식은 지식경제부가 주최하며 울산공단 조성에 기여한 사람과 역대 울산시장, 시민 대표 등 500여명이 참석한다. 기념식에 앞서 이날 오전 KTX 울산역 광장에서는 50주년 기념 상징물 제막식을 갖는다. '회귀(回歸) 그리고 비상(飛上)'이라는 제목의 이 상징물은 높이 11.1m, 길이 34.5m, 폭 12.3m의 초대형 규모다.

이 밖에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이 열렸던 현장과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SK에너지·공업탑 등을 둘러보는 '조국 근대화 현장 투어'와 '근대화 50년, 울산의 미래를 묻는다'라는 주제의 국제심포지엄, 해외 5개국 8개 자매·우호도시 대표자 초청 간담회도 열린다. 참가 자매·우호도시는 베트남 칸호아, 러시아 톰스크, 터키 코자엘리, 중국 장춘·무석, 일본 하기·구마모토·니가타 등이다.

◇초석 다진 유공자 훈·포장 수여

울산공업센터 지정 및 조성과 운영·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16명에게는 훈·포장 및 표창을 수여한다. 울산공업센터 입안과 건설을 주도한 오원철(84)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동탑산업훈장, 울산공업센터를 잇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정책을 입안한 김의원(81) 전 건설부 국토계획국장과 1973년 현대조선소(현 현대중공업) 1호 선박인 아틀랜틱 배런호를 건조한 엔지니어였던 서남조(62·울산 동구 방어동)씨는 각각 산업포장을 받는다.

또 선박 엔진과 건설장비 국산화에 기여한 최병구(61) 현대중공업 사장 등 4명은 대통령 표창, 신기술 개발 등 국내 석유화학산업 발전에 기여한 김평득(54) 한화케미칼 상무 등 9명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이와 함께 울산공업탑을 설계한 박칠성(82) 조각가와 울산 출신으로 정부의 '울산공업지구 설정 선언문'의 원문을 기증한 손영길(80) 예비역 육군 준장, 울산석유화학단지 조성 차관 도입자로 알려진 전민제씨 등도 유공자로 초대돼 기념식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