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료에도 그렇다면, 저희 형님. 진짜 살아계신 거겠네요."

북한에 납치된 형님 박성렬(69) 병장이 북한적십자회 측이 작성한 해외 납북자 문건에 '생존자'로 분류돼 있다는 소식을 들은 동생 박승화(59)씨는 목소리가 떨렸다.

박씨는 "가족이 다 모인 지난 설에도 형님 생각이 간절했다"면서 "살아만 계신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성렬 병장은 1965년 맹호사령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 해 11월 3일 베트남 중부 해안도시인 퀴논에서 경계근무 중 실종됐다. 당시 만 22세이던 박 병장은 실종 2년 뒤인 1967년 5월 북한의 대남방송에 등장하면서 '자발적 월북자'로 분류됐다. 북한은 박 병장을 '광명을 찾아 귀화한' 인물로 소개하며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30년 넘게 잊혀졌던 박 병장은 지난 2000년 북한에 억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 뒤로 또 소식이 끊겼다.

승화씨는 "내가 중학교 때 마지막으로 뵌 형님 얼굴만 어렴풋이 떠오른다"면서 "연세가 있으니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 병장은 '탈영·월북자'로 분류됐다가 지난 2009년 국방부로부터 '국군포로'로 공식 인정됐다. 월북할 뚜렷한 동기가 없었고 '포로로 잡힌 것 같다'는 맹호부대 군 첩보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승화씨는 "납북이 아니라 월북이라는 손가락질에 그동안 가족들은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며 "아들을 잊기 너무 힘드셨던 어머니가 형님 얼굴이 나온 사진은 모조리 불태워 현재 남아있는 사진이 없다"고 했다.

승화씨는 "가슴에 묻었던 형님이 살아 계신 것으로 다시 확인됐으니, 6남매 모두가 뛸 듯이 기쁘다"면서 "아들을 그리워하시다 먼저 떠나신 부모님도 저 세상에서 이 소식을 들으면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