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이 19일 개봉 하루 만에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관객들은 "사법부가 조직적으로 주인공 교수를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NS에서도 법원 비판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영화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전부 사실로 믿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영화는 '남부군'(1990년)의 정지영(66) 감독이 만들었다. 르포 소설 '부러진 화살'을 보고 제작을 결심해 수감 중이던 김 전 교수와 실제 변호인인 박훈 변호사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영화는 2007년 김명호(55) 전 성균관대 교수의 '석궁 테러 사건'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2005년 "동료 교수의 대학 입학시험 수학 문제 오류를 지적했다가 부당하게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복직 소송을 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패소 판결을 내리자 그는 선고 3일 뒤인 2007년 1월, 재판장 박홍우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를 찾아가 석궁을 들이댄다.
논란은 이 '석궁 테러 사건'이 조작된 사건이라는 영화의 묘사에서 시작됐다. 영화는 ▲박 판사의 아랫배에 박혔다는 '부러진 화살'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박 판사는 내복과 와이셔츠,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사이에 입은 와이셔츠에만 혈흔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박 판사는 화살을 맞은 적이 없다. 이 사건은 조작됐다'고 그리고 있다. 김 전 교수 측 박훈 변호사는 "이 영화에 나온 법정 장면은 100% 실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영화에서 어떤 부분이 왜곡됐는지 판결문을 보면 모두 납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러진 화살'은 사라졌지만 석궁과 남은 화살로 유·무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판사의 노모가 증거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 채 와이셔츠를 빨아 혈흔이 사라졌을 뿐, 목격자들은 '피해자(박 판사)의 옷에 피가 시뻘겋게 묻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위협을 하려고 석궁을 들고 다가갔을 뿐, 박 판사에게 화살을 쏜 적은 없다'는 영화 속 묘사에 대해서도 "수차례 연습한 끝에 석궁 안전장치를 풀고 다가간 점, 목격자들에게 제지당한 이후에도 '처단하러 왔다'고 말한 점 등은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사건 당사자인 박홍우 원장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모든 것을 진술했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내 입장과 상관없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누를 끼친 점은 안타깝다"는 뜻을 전해왔다.
한편 법원은 김 전 교수의 복직 소송 항소심 주심이었던 이정렬(43) 창원지법 판사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 부장판사는 박 원장을 도와 그 사건을 맡았는데, 일부 네티즌이 박 원장을 '나쁜 판사'로 몰면서도 주심인 이 부장판사는 '그래도 개념 판사'라고 하더라"며 "맹목적인 옹호 또는 비난이 이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사진 등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 석궁테러사건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교수가 2007년 1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를 석궁으로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 김 전 교수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작년 1월 만기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