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올림푸스홀 예술감독

공연장의 제일 좋은 좌석이 S(special)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더 비싼 R(royal)석이 등장했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VIP석이 나왔나 했더니 곧바로 VVIP석이 나타났다. 여기에다 급기야 그보다 높은 P(president)석이 나왔다고 하니 이젠 뭐가 뭔지 헷갈릴 지경이다.

언제부턴가 공연을 후원, 협찬하는 기업은 주최 측에 일정량의 초대권을 요구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고, 협찬금이 클수록 초대권의 수량도 많아지면서 급기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몇몇 공연에서는 파는 좌석보다 협찬사 초대 좌석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그렇게 가져가서 누군가에게 호의로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그 많은 자리에 다 특별한 이름을 붙이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이럴 수는 없다.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좋지만 같은 공연장의 같은 좌석이 공연마다 등급이 달라질 수 있고 불리는 이름도 다르다면 도대체 누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나? 파는 좌석이라면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기는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공연장마다 객석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최소한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의 경우, 합창이나 독창의 경우 등 공연의 종류에 따른 좌석 등급의 기준은 반드시 마련됐으면 한다. 또 기준을 한번 정했으면 공연의 성격이 아닌 다른 이유로 그 기준이 움직이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돈 주고 표 사는 게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공연의 협찬과 후원도 달라져야 한다. 전에는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는 것을 후원이라 했고, 공연을 통한 광고나 홍보를 조건으로 제공받는 것을 협찬이라 했다. 그런데 초대권으로 나간 자리는 텅텅 비는 경우가 많다. 애초 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공짜 초대권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때문에 표를 사서라도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정작 자리가 없어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더욱 안타깝다.

일본의 한 기업은 좋은 공연을 엄선해 특정 날짜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티켓값을 부담하는 후원을 한다고 한다. 공연의 선정 자체가 응원이 되고, 자연스레 관심을 끌며 기업 홍보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호응하는 만큼의 조건부 지원이라 보람은 크고 부담은 적다. 혹시 전액이 아닌 반액을 지원한다면 부담은 더 줄면서 적극적인 관람의지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듯하다. 우리 공연장의 좌석 등급, 기업의 공연 후원도 상식으로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