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긍정적 의미
통념적으로 보면 노동은 그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아실현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아담 스미스나 리카도 같은 경제학자와 루소, 헤겔, 마르크스 같은 여러 사상가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노동의 긍정성을 옹호했다. 아담 스미드나 리카도는 노동가치설을 옹호하면서 모든 부의 실제적 원천이 노동임을 역설했다. 그 이전에는 금이나 상업 혹은 농업 등 어느 하나만이 가치를 창조한다고 믿었다. 경제학사에서 보면 중금주의, 중상주의, 중농주의가 이에 해당한다.
헤겔과 마르크스의 경우처럼, 노동은 철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철학적 의미의 노동은 '주체가 대상을 변형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정립(定立)하는 인간 고유의 합목적적 활동'이다.
노동의 중요성은 크게 4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우선, 노동은 생존 유지의 수단이다. 둘째,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이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요소는 일반적으로 언어, 문화, 가치 등인데, 노동은 이러한 요소의 형성 및 발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셋째, 노동은 자아실현의 원천이다. 자아실현은 대개 개인의 사회적 행위, 그것도 직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넷째, 노동은 사회 질서 유지의 원천이다. 경제는 재화의 생산 및 유통 그리고 분배와 관련된 행위의 총체이다. 이 행위는 대개 직업으로 나타나며, 우리는 직업적 노동을 통해 경제 전체를 지탱시키고 있다. 직업적 노동이 없다면, 사회 질서가 온전히 유지·재생산될 수 없다.
◇노동의 부정적 의미
노동은 항상 긍정적 의미만 지니지 않는다. 현실에서 노동은 대개 고통으로 다가오며, 지금도 노동자들의 지위는 매우 낮다. 이런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은커녕 거의 생존 유지조차 버거워할 수밖에 없다. 노동이 원래의 긍정적 의미를 잃어버리고 부정적 측면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노동 소외'라고 한다.
철학적 의미에서 '소외'는 주체가 자신의 산물로부터 배척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 제도를 비롯한 인간 노동의 산물이 그것을 생산한 주체인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심지어 그것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들은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그것에 의존하는 삶을 영위하게 된다.
지금은 후기 산업 자본주의 시대이며, 정보 사회이다. 그럼에도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많으며, 노동 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 노동을 하는 사람 역시 많다. 뿐만 아니라 노사 간의 대립 역시 심각해 극단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흔하다.
◇노동에 대한 균형적 이해
긍정적 의미에서 노동은 인간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계기이며, 자기 확신과 자기 긍정, 그리고 행복에 이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의 부정성을 놓쳐버린다면, 현실적 노동이 야기하는 심각한 폐해를 망각하게 된다.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저임금을 받으면서 타율적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기실현과 노동의 행복이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생계 때문에 감시와 통제를 받으면서 노동을 해야 하는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고, 더 나아가 자기를 부정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 소외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고용 불안을 최소화활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의 개발과 정착이 필요하다. 적절한 임금 보장도 필요하다. 노동자가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한다면, 소외감은 절정에 달할 것이다.
노동을 중시하고 인정하는 문화 및 의식도 확산돼야 한다. 기업주가 노동자의 노동을 과소평가한다면,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