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
현직 판사가,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며 지칭하는 '가카'와 엿 먹인다는 뜻을 강조한 '빅엿'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7일 올렸다. 서울북부지법 서기호(41) 판사다.
"쫄면 안 돼. 가카 할아버지는 쪼는 애들에게 빅엿을 안겨주신대"와 같은 말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에서 자주 쓰인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도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유사한 내용의 글을 함께 올렸다. 이날 서 판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SNS 및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팀을 신설하고 심의를 시작하는 데 대해 이 같이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와 유사한 성향을 지닌 네티즌들은 서 판사의 글에 대해 "멋진 판사님" "브라보" 등과 같은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 법관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공공에게 표명하는 것이 정당한지와, 법관이 아무리 개인적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빅엿' '가카'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서 판사는 지난달 29일에도 대법원이 "법관의 SNS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대법원은 최은배(45)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이란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자 29일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열어 법관들에게 "SNS를 분별력 있고 신중하게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서 판사는 "판사들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이 내리는 권고는 단순 권고가 아니라 실제 통제 지침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며 "페이스북을 자주 이용하는 일선 판사들이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리위가 "법관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의견을 표명할 때 자기 절제와 균형적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데 대해서도 "판사도 인간이다. 직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에서는 판사 역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