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영업을 하는 오모(39)씨는 2009년 충남의 한 골프장에 회원 입회 신청을 했으나 어깨와 가슴·팔 등에 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씨는 ‘용모로 부당한 차별을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하지만 인권위는 “몸의 상당한 범위에 한 문신은 타인에게 혐오감·위화감을 줄 수 있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골프는 샤워장을 이용할 때 문신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 다른 이용자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 "지나친 문신을 한 사람은 당 업소(대중목욕탕) 출입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폭 단속'에 팔을 걷어붙인 경찰이 최근 제작한 '전신 문신자 출입자제 안내문'의 내용 중 일부다. 안내문은 "(문신 한 사람한테서) 불안감이나 혐오감을 느낀 분은 OO서 강력팀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란다"라고도 적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내문은 목욕탕 업주의 동의를 받은 뒤, 입구에 부착하고 있으며 시민과 업주들이 '잘했다'고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신을 업(業)으로 삼은 타투이스트(tattooist)와 문신을 가진 일반인들은 경찰의 ‘전신 문신자 출입자제 안내문’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이 ‘조폭 단속’을 하지 않고 엉뚱하게 ‘문신 단속’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에 문신을 새긴 사람이 8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일반화된 상황에서, 이런 단속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타투인들은 입을 모았다.
타투 경력만 19년에 달한다는 A(38)씨는 “지금은 타투가 하나의 문화가 됐다”면서 경찰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회사원이나 공무원 심지어 대기업 임원들도 타투숍을 찾고 있는데, 문신과 범죄를 연관지어서 생각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화상 입은 분, 제왕절개 상처를 가리기 위한 주부들과 타투를 하는데, 이런 부분은 고려조차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강남 쪽에서 타투숍을 운영하는 B(35)씨도 “경찰이 조직폭력배를 잡으면 옷 벗기고 문신을 보여 준다. 그런 것 때문에 문신한 남자는 ‘깡패’, 여자는 ‘화류계’란 인식이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9년 동안 문신 일을 해왔지만, 조폭에게 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실제 ‘문신’만으로 조폭과 일반인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게 문신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최근에는 등 전체를 덮는 ‘큰 문신’도 일반인들이 많이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랑이·용 등 동양적인 소재로 화려하고 크게 문신을 새겨 넣는 ‘일본 이레즈미 스타일’ 타투는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한 타투이스트는 “미국의 갱 단원 같은 경우는 자신의 속한 단체의 심볼이나 마크, 이니셜을 단체로 새기고 다니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조폭’들은 그러지 않기 때문에 ‘조폭문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경찰도 문신만으로 조폭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안내문 자체도 출입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단속하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경찰은 해명했다. 울산지방경찰청 강력계 관계자는 “조폭들은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위압적인 문신을 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쁘고 아름다운 문신’이냐, ‘조폭 문신’이냐는 일반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