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원-위안 통화 스와프(교환) 규모를 기존의 1800억위안에서 3600억위안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26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한국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와 회담을 갖고 원-위안 통화스와프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19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를 7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한 데 이어 금융위기에 대비한 또 하나의 든든한 안전판이 마련된 것이다. 통화 스와프는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를 정해놓고 외환이 부족할 때 필요한 만큼 꺼내 쓸 수 있어 '제2의 외환보유액'이라고 한다. 원-위안 통화 스와프의 경우 우리가 필요할 때 원화를 중국에 주는 대신 그에 상당한 위안화를 받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2월 한중 양국은 내년 4월을 만기로 38조원과 1800억위안을 교환하는 스와프 계약을 처음 합의했다. 이번에 그 규모가 64조원과 3600억위안을 교환하는 식으로 확대된 것이다. 스와프 계약의 만기는 2014년 10월 25일이다.

이번 중국과의 합의로 우리 정부가 비상시에 가동할 수 있는 외화유동성 규모는 4500억달러 수준으로 커지게 됐다.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3034억달러와 한·일 통화스와프 700억달러, 한·중·일·아세안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화 기금(CMIM) 192억달러에 이번 합의로 약 560억달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비상시 조달할 수 있는 외화자금 규모가 현재 한국의 총 외채인 4000억달러를 초과하게 됨으로써 외화유동성에 든든한 안전판이 생겼다고 외환당국은 평가한다.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미 잘 갖춰진 안전망에 또다시 안전망을 더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지금처럼 원과 위안 사이에서만 교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위안화가 아직 국제금융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통화가 아닌 점을 감안, 위급할 경우에는 중국이 원화를 받고 위안화 대신 달러나 유로, 엔으로 바꿔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양국이 추가 검토를 하기로 했다. 최근 확대된 한·일 통화스와프의 경우 일본이 원화를 엔화로 바꿔주는 것은 물론, 달러로도 바꿔주기로 했었다.

한·중 통화스와프 소식은 외환시장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해 이날 달러 대비 원 환율은 오히려 전날보다 3.3원 오른 1132.3원으로 마감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상무는 "위안화는 국제적인 통화가 아니어서 환율에 영향이 적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