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섹시하거나 귀엽거나? NO!'

걸그룹을 바라보는 다소 부정적이거나 우려섞인 시선 중 하나는 '걸그룹은 할 게 많지 않다'란 것이다. 큐트 콘셉트, 그 다음에는 섹시 콘셉트. 이 안에서 몇 번의 변종을 거쳐 무대에 오르다 보면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 밑천이 드러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걸그룹도 진화한다. 요즘 걸그룹들을 보면 단순히 섹시(sexy)-큐티(cutie)란 콘셉트로 정의내릴 수도 없고, 가요계에서도 의미있는 도전적인 모습으로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기획력과 PD의 힘이 강력해진 현 가요계의 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걸그룹을 섹시-큐티 2분법에서 벗어나게 한 대표 걸그룹은 2NE1이다. 2NE1은 단순히 어떤 콘셉트에 가둘 수 없는 자체의 개성이 강한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당당하게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며 리얼웨이에 락시크룩을 유행시키고, 여자들의 워너비가 된 2NE1은 처음부터 섹시, 큐티 등 단순한 콘셉트를 넘어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장악력으로 '실력파' 걸그룹의 면모를 강하게 풍겼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안에서 때로는 인디언, 때로는 여전사, 때로는 현 시대를 사는 도시의 젊은이가 된다. 하지만 2NE1을 관통하는 것은 '힘'이다. 무대에서 도발적인 섹시함이나 깨물어주고 싶은 귀여움 대신 음악과 춤을 놀고 즐기는 힘으로 여자들의 워너비가 된 그룹이 됐다. 후배들 역시 자신의 롤모델을 2NE1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메가히트곡인 '아브라카다브라' 이후 이번 '식스 센스'에서도 파격적인 콘셉트를 보여줘 '역시 브아걸'이란 찬사를 받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섹시함은 어딘가 품격이 높다. 뇌쇄적인 눈빛과 탄탄한 몸매가 보는 이를 사로잡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진다.

이번 4집 앨범은 '레지스탕스'와 '프리덤' 등 범상치 않은 문구를 삽입한 앨범 티저에서부터 남다른 포스를 분출하더니 무대 위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잘 짜여진 구성을 선보인다. 무엇보다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장점. '식스 센스'에서는 보컬적인 면모가 살면서도 쇼 버라이어티같은 콘셉트로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무대를 보여준다.

소녀시대는 항상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로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월드와이드 콘셉트로 기획된 정규 3집 '더 보이즈(The boys)'는 소녀시대가 얼마나 변신과 도전에 열려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요계에 영향력이 큰 그룹인 만큼 이들의 안주하지 않은 모습은 자극이 된다. 이번 앨범은 세계 3대 프로듀서이자 故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테디 라일리가 오직 소녀시대를 위해 제작했다고 알려져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깜찍 발랄한 소녀 감성을 노래하던 소녀시대가 소년들을 이끌어주는 희망의 메신저가 된 만큼, 무대 역시 달라졌다. 마치 고전과 현대를 접목한 듯한, 신비로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가 시선을 끌어잡는다. 단순한 섹시나 큐티로 이름붙일 수 없는, 각 멤버의 개성을 잘 살린 콘셉트란 점이 돋보인다. 단체복을 벗어나 개성을 살린 다양한 의상, 후크송을 벗어난 세련된 사운드의 비트를 지닌 팝송은 다소 낯선 콘셉트일 수 있지만, 그 만큼 소녀시대는 멀리 본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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