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상호 비방이나 네거티브 선거전이 후보 검증이라고 볼 수 있는 정상적 수위를 넘어섰다고 보고 각 후보자와 정당에 이를 자제하라는 공한문(경고성 서한)을 발송했다. 선관위가 각 후보자와 정당에 공한문을 보낸 것은 지난 1989년 강원 동해 국회의원 재선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회창 중앙선관위원장이 각 정당과 후보자에게 공명선거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데 이어 불법선거운동이 계속되자 후보자와 선거사무장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었다.
선관위는 공한문에서 "지금과 같이 비방과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계속되면 대립과 갈등, 불신으로 당선자의 서울시정 운영이 어렵고, 내년 국회의원·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또 각 정당 당직자와 대변인 등이 회의 중 발언·논평·기자회견 등을 통해 상대 후보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폄하·비방하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했다.
선관위가 공한문 발송이라는 이례적 조치를 취한 것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 등을 통한 비방과 흑색선전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경고·수사의뢰·고발 조치한 15건 중 SNS·인터넷 등을 통한 비방·흑색선전이 80%인 12건에 이른다.
선관위가 각 정당에 공한문을 보낸 것은 각 정당과 후보캠프가 이 같은 불법적 네거티브 선거전을 실질적으로 조장하거나 묵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캠프 대변인과 당 지도부 등이 상대방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발언을 통해 인터넷상의 비방·흑색선전의 발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후보·대변인·당 지도부가 의혹을 제기하면 멘토단이나 의원들이 댓글·리트윗을 통해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SNS팀과 인터넷언론이 지지자나 일반인에게 대량 전파돼 삽시간에 수만~수십만명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일전에 트위터를 통해 '박 후보 부친이 일제강점기 위안부 모집책이었다'는 흑색선전 글이 떠돌았는데, 특정후보 캠프에서 퍼뜨린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나 후보 측은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 전문가들과 일부 인터넷 언론들이 SNS상에서 나 후보의 사생활과 부친 문제에 대해 사실을 조작한 악의적 폭언·조어(造語)들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거엔 합동연설회나 거리연설 등을 통해 비방·흑색선전이 시작됐지만, 지금은 SNS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 후보 캠프가 관련됐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