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통록(新同樂)은 홍콩 최고로 꼽히는 중국 음식점이다. 상어지느러미(샥스핀) 요리로 특히 유명하다.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지난해 말 별 셋을 얻었다. 그러자 동물 보호단체와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상어지느러미를 먹어도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에서 4대 진미로 꼽히지만 동시에 상어 멸종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어지느러미. 최근 선통록 총주방장 조 챈(Joe Chan·陳勇)씨를 만나 상어지느러미에 대해 들었다. 경력 40년이 넘는 상어지느러미 전문가다. 챈 총주방장은 오는 11월 서울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八仙)에서 상어지느러미·전복 등 선통록 대표 요리를 선보이는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한했다.

―중국에서 언제부터 상어지느러미를 먹었나.

"역사가 아주 길지는 않다. 명나라 말 청나라 초 먹기 시작했다. 황제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청나라가 망하고 국민당·공산당 지도부가 먹으면서 일반에도 퍼졌다."

―상어지느러미를 먹어보면 언뜻 무미(無味)한 듯한데, 왜 인기인가.

"말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특유의 감칠맛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상어지느러미가 기운을 보충해주고 허리를 보호해준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라는 점이 만족감을 주는 듯하다."

―해양 먹이사슬 꼭짓점에 있는 상어는 체내에 수은을 축적하기도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임산부나 아동은 상어를 먹을 때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홍콩 정부는 이러한 주장이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수입되는 모든 상어지느러미를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유통을 금지시킨다."

―어떤 상어의 지느러미가 최고인가.

"말린 상어지느러미를 놓고 어떤 상어에서 나왔는지 구분하기란 전문가라도 불가능에 가깝다. 상어지느러미가 클수록 좋다. 그래서 몸집이 가장 큰 고래상어의 지느러미를 최고로 친다. 부르는 게 값이다. '천구시(天九翅)'라고 한다. 한국의 화투와 비슷한 '패구(牌九)'라는 중국 노름이 있다. 패구에서 끗발 가장 높은 패가 '천구'인데, 여기서 유래한 명칭이다. 고래상어 다음으로는 해호(海虎·black tiger)상어를 쳐준다. 해호의 꼬리지느러미를 '금산구(金山勾)', 등지느러미를 '해호시(海虎翅)'라고 부른다."

홍콩 중식당‘선통록’총주방장 조 챈씨가 최상급 상어지느러미를 들어보이고 있다. 호랑이상어의 꼬리지느러미인‘금산구(金山勾)’이다.

―등·배·꼬리지느러미 중에선 어디가 제일인가.

"대개 등과 꼬리를 최고로 친다. 크고 한 마리에서 하나씩만 나오니 희소성이 있다. 나는 배지느러미가 제일 낫다고 본다. 결이 더 곱고 촘촘해서 간이 잘 배고 입안에서 촉감이 좋다."

―상어지느러미의 품질을 판단하는 방법은.

"일단 크기를 본다. 보통 16인치(약 41㎝) 이상 22인치(약 56㎝) 이하면 상품(上品)이다. 그다음 지느러미가 잘린 단면을 본다. 몸의 곡선을 따라 둥그렇게 잘려야 좋다. 냄새를 맡아본다. 잘 말린 건어물 특유의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나야 한다. 들어서 불빛에 비춰 본다. 뼈가 적을수록 같은 무게라도 먹을 수 있는 부위가 커진다. 가격은 중급 금산구가 600g당 3700홍콩달러(약 55만원)쯤에 거래된다. "

―상어지느러미가 워낙 비싸니 인조(人造)도 많다. 구분할 방법이 있나.

"자연산 상어지느러미는 잡아당기면 늘어나며 잘 끊어지지 않는다. 인조 상어지느러미는 뚝뚝 끊어진다. 자연산은 태우면 꼬불꼬불 말려 올라간다. 인조는 쉽게 탄다. 자연산을 국물에 넣고 가열하면 미꾸라지처럼 꿈틀댄다. 인조는 가만있는다."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상어 멸종의 주범이라는 비난이 있다. 메뉴에서 뺄 생각은 없나.

"찾는 손님이 많다. 정부가 금지하기 전까지는 계속 낼 생각이다."

―미슐랭은 "선통록은 상어지느러미뿐 아니라 음식·서비스·분위기에서 최고이기 때문에 별 셋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어떤 요리를 먹어보면 요리사의 솜씨를 단번에 알 수 있나.

"볶음밥을 주문해본다. 부재료를 얼마나 잘 다듬는지, 칼질 실력이 한눈에 보인다. 기름을 최소한으로 사용했는지 본다. 기름이 많으면 볶기 편하지만 느끼해진다. 반대로 기름을 적게 쓰면 힘들고 볶는 솜씨가 능숙하고 빨라야 한다. 밥알이 깨지지 않을수록 숙련된 솜씨이다. 불 조절을 잘해야 향이 좋다. 전체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웍(중국식 프라이팬)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검은 찌꺼기가 볶음밥에 들러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