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등번호(11번) 영구결번은 롯데 팬들의 오랜 화두였다.
영구결번이란 은퇴한 운동선수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소속 구단이 은퇴선수의 등번호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영구히 보전하는 것이다. 출범 30년을 맞은 국내 프로야구에선 지금껏 9명〈표 참조〉의 등번호가 영구결번됐다. 1986년 사망한 김영신(당시 OB)이 영구결번 1호였다.
선동열·박철순·이만수 등 1980년대 초창기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스타들의 등번호는 이미 영구결번됐다. 그러나 최 전 감독은 화려했던 명성과 달리 영구결번의 영광을 안지 못했다. 롯데 구단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걸림돌이었다.
최 전 감독은 1988년 선수협 구성을 주도하다가 롯데 구단과 마찰을 빚고 그해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그가 1990년 삼성 유니폼을 벗자 '롯데에서 그의 등번호를 영구결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나 지금껏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14일 최 전 감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여론이 다시 들끓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최동원의 등번호 영구결번은 '영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등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현재 롯데에서 11번을 다는 투수 이정민(32)도 "당연히 내 등번호를 양보해 드리겠다"고 했다.
롯데 구단의 자세도 바뀌었다. 장병수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는 1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최 전 감독의 빈소를 조문하고 나서 "고인의 생전 등번호를 영구결번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영구결번 지정에 관한 구단 내부 기준과 절차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원년팀(삼미 제외) 중에서 지금껏 영구결번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구단은 롯데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