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 상류층을 다룬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자동차 색깔로 등장인물을 묘사한다. 개츠비는 밀주(密酒) 판매와 온갖 투기로 떼돈을 벌었다. 그는 짙은 크림색이나 샛노란 차를 몰면서 신흥 부자 이미지를 뽐낸다. 전통 부유층을 대표해 개츠비와 대립하는 톰은 짙은 푸른색 차를 타고 다니며 권위를 내세운다. 개츠비의 연인 데이지는 부유하게 자란 처녀 시절 흰색 오픈카를 몰고 다니며 남자들을 유혹했다.

▶자동차 페인트를 생산하는 듀폰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색상 인기도'를 조사했더니 한국인은 은색을 가장 좋아했다. 유럽에선 검은색, 미국과 캐나다에선 흰색이 가장 높은 인기를 끌었다. 세계 시장에서 무채색은 82%를 차지했지만 북미에선 붉은색과 푸른색이 20%나 됐다. 일반적으로 검정은 마초(macho·남성우월), 흰색은 존경, 빨강은 섹시, 노랑은 펑키(funky·관능), 청회색은 점잖음을 뜻한다고 한다.

▶초미세 나노기술이 발달한 미래엔 색을 마음대로 바꾸는 자동차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미국 리버사이드대 연구팀은 산화철 나노입자가 들어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전기 자극을 주면 산화철의 방향이 달라져 색이 변하는 신소재다. 이를 페인트에 응용하는 기술만 갖추면 자동차 칠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일본 닛산은 2007년 버튼을 누르면 색깔이 변하는 '카멜레온 카'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엊그제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은 무채색 자동차의 나라다. 자동차 10대 중 9대는 은색이나 검정, 흰색"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무채색 자동차가 80%나 되지만 '튀는 것을 거부하는' 한국인의 무채색 선호도가 가장 높다는 얘기다. 중고 자동차 시장에서도 흰색은 차량 관리를 잘했다는 인상을 줘서 가장 높은 값을 받는다. 화려한 색상의 차량은 무채색 차보다 5% 싼값에 거래된다.

▶한국화(畵)는 선과 여백을 중시하고 먹의 짙고 옅음을 활용해 울긋불긋하지 않았다. 어린이 한복은 색동저고리와 다홍치마이지만 어른이 되면 옥색과 회색, 흰색 옷을 입었다. 무채색 문화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요즘 젊은 층은 차에 화려한 색을 입히고 싶어도 주변 시선 탓에 포기한다고 한다. 색감(色感) 쏠림은 우리 사회 획일주의의 한 단면이다. 바람직한 시각(視覺) 문화라고 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