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 이 광고 카피만 안 썼더라면…"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국외 판매 허용' 일반의약품에 박카스가 포함된 이후, 이 제품을 생산해온 동아제약이 고민에 빠졌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수퍼마켓 진열대에 놓일 수 있게 됐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당장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약국에서만 판매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만약 수퍼 판매가 결정된다면,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도, 수퍼에도 있습니다' 식으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시리즈는 박카스의 의약품으로서의 '기능성'과 판매 장소로 '약국'을 강조해 꽤 재미를 봤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과거 5년 동안 1100억원대에 정체돼 있던 박카스 매출이 작년에 광고를 바꾸고 처음으로 1200억원대로 올라섰다"며 "10% 가까이 매출을 늘려 준 광고인데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제약은 보건복지부 방침이 발표된 6월 이후에도 광고 물량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지난 5월 MBC 171회, KBS 87회, SBS 60회 등 지상파 3사에서만 300회 이상 광고를 내보냈으며, 6월에도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카스 TV 광고 화면

일부에서는 "오랫동안 거래해온 약사들에 대한 '눈치 보기' 때문에 동아제약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동아제약의 속사정과는 좀 다르다. 업계에서 '진짜 피로회복제…약국' 시리즈는 지난 2005년부터 박카스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광동제약의 '비타500'을 의식한 기획으로 보고 있다. 수퍼에서 판매하는 비타500을 겨냥해 '약국'과 '기능성'을 강조했다는 것. 이런 가운데 갑작스레 박카스의 수퍼 판매가 허용되면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 셈이다.

이번 '약국 외' 판매 결정으로 박카스와 비타500의 경쟁 구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약국과 달리 수퍼에는 다양한 음료 제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타500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음료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며 "이것이 결국 쉽게 수퍼 판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약국에서만 유통될 때는 경쟁자의 숫자가 제한적이지만 수퍼마켓으로 이동하는 순간 일반 '음료'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수퍼마켓 유통 채널을 갖추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일부 제약회사는 이미 수퍼 유통망을 갖고 있는 반면, 동아제약은 약국 유통망만 갖고 있다. 비록 계열사인 '동아오츠카'가 수퍼마켓 유통망을 갖추고 있지만, 일본 오츠카가 1주를 더 갖고 있는 구조(50%+1)여서 주력 제품에 대한 권한을 쉽게 넘기기가 힘든 상황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수퍼 판매를 한다면 (동아오츠카가 아닌) 우리 자체 유통망을 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박카스로선 '약국 판매'를 광고 카피로 쓴 것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약국과 수퍼마켓 판매 모두를 다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좀더 길게 보면 미국식 드럭 스토어처럼 수퍼와 약국이 겹쳐지거나 약국이 수퍼 안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