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을 유리로 감싸는 건물 형태가 무조건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떤 유리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최근 글라스 커튼월 공법으로 건물을 지을 경우 단열이 잘 되는 특수 유리를 쓰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유명 건축설계사무소 HOK 런던지사 크리스 윤 부사장은 "유럽과 미국에선 건축 인허가를 할 때 에너지 효율에 대한 검증을 반드시 받게 돼 있다"며 "이 때문에 유리 건물의 경우 빛은 투과시키지만 열은 투과시키지 않아 열효율이 높은 로이(low-e) 코팅 유리 같은 특수 유리를 쓰는 게 보편적"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설계 경험이 있는 그는 "유리가 투명한 소재라 눈으로 봐서는 이들 첨단 유리와 일반 유리를 구별할 수 없다"며 "한국에선 공공건물이나 임대 건물을 지을 때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고급 유리는 거의 안 쓴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에선 열 차단 또는 에너지 절감형 건물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많다. 미국의 경우 새 건물을 지을 때 LEED(미국 그린빌딩 위원회가 자연친화적 건축물에 부여하는 친환경 인증제도) 인증을 받는 것이 의무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트리플 글레이징(tripple glazing), 액티브 월 시스템(active wall system) 등 열 차단율이 높은 특수 코팅 유리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선 열 차단용 고급 유리가 적용된 공공건물이나 임대 건물은 거의 없다. 이광만 간삼건축 회장은 "국내에선 시청이나 구청 등 공공건물은 턴키(turn-key·시공업자가 건설 관련 모든 서비스를 맡아 발주자에게 제공하는 방식)로 거의 진행되는데 이 경우 싼값에 빨리 짓는 게 일차적인 목표가 된다"며 "자연스럽게 싼 유리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턴키 방식은 원래 플랜트 수출이나 해외 건설공사에 주로 쓰였던 방식으로 해외에서는 공공 건축물 발주엔 거의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