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3월. 강남지역 초등학교 엄마들 사이 '핫 이슈' 중 하나는 '콘켄 백팩'이었다. 생경한 이름의 이 배낭은 스웨덴에서 '국민가방'으로 통할 만큼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피옐뢰벤 콘켄'. 붉은색 여우가 심벌로 그려져 있는 이 배낭은 국내에 매장이 없어 인터넷 주문을 해야 하는데도 "오래 기다려도 좋으니 보내만 달라"는 여성들로 넘쳐난다.

붉은색 목각말을 아세요?

북구에서 불어오는 '스칸디나비아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기능 위주의 실용 디자인으로 스웨덴 가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게 4~5년 전. 요즘엔 가방, 문구, 신발, 마시는 커피까지 '메이드 인 스웨덴(made in Sweden)'으로 무장하려는 트렌드 세터들이 늘고 있다.

스웨덴 등 북유럽 문구를 수입해 판매하는 '북바인더스 디자인'은 6년 전 압구정동에 첫 매장을 연 뒤 현재 서울에만 8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손으로 깎은 듯 투박하지만 그 무뚝뚝한 모습이 매력인 붉은색 목각 말(馬)이 북바인더스의 심벌마크. 스웨덴 달라나 지방의 전통 공예품인 '달라헤스트'로, 크기에 따라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있을 만큼 고가인데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가 많다. 파스텔톤 가죽으로 만든 바인더, 겉표지를 천으로 감싼 노트도 인기 제품. 북바인더스 애비뉴엘 매장은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가수 노영심 등 문구 마니아들이 단골 고객이다.

북바인더스 디자인 애비뉴얼 매장에 전시된 ‘달라헤스트’. 스웨덴의 전통 목각 공예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셈라, 그리고 달걀커피

'고무장화' 열풍의 진원지도 스웨덴이다. 한 켤레에 기십만원인 '트레통' 레인부츠를 하나 갖는 게 젊은 여성들의 로망. 눈이 많고 비가 잦은 스웨덴에서는 생활필수품이지만, 한국에서는 패션 아이템이다. 계절도 따로 없다. 장마철은 물론 햇볕 쨍쨍한 날에도 스키니진, 반바지, 플레어스커트에 투박한 고무장화를 받쳐 신는다. 커피도 '메이드 인 스웨덴'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2년 전 문을 연 '피카(FIKA)'는 건축, 디자인, 미술계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의 아지트. 현재 서울에만 4개 점으로 늘었다. 스웨덴 왕실에도 납품된다는 '린드발가' 원두를 내린 커피에 스웨덴 국민들이 사순절에 먹는 빵 '셈라', '생과일 타르트'를 곁들인 메뉴가 인기. 박종덕 대표는 "스웨덴 특유의 쓰디쓴 커피에 달걀 흰자를 넣어 섞어 마시는 에그 커피가 아메리카노, 이탈리아노 커피문화에 질린 트렌드 세터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품? 나만 아는 브랜드가 좋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도 아닌데, 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좋아할까. 디자이너 김희은(27)씨는 "스웨덴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 그리고 탁월한 실용성을 갖췄다"면서 "트렌드 세터들은 이미 알려진 명품엔 관심이 없다. 나만 아는 브랜드, 독특한 감동을 주는 미지의 제품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콘켄 백팩을 주문했던 주부 김정아씨는 "스웨덴 브랜드라고 해서 구미가 당겼다. 흔하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박종덕씨는 "소박하지만 퀄리티가 높은 스웨덴 제품들에 매력을 느끼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 신발, 의류 등 스웨덴 유명 제품들을 국내 론칭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