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역사는 개항의 역사다. 제물포는 1883년 개항했다. 서구 열강과 일본, 중국 등 외세는 인천에서 그들에게 익숙한 건물을 지으며 조선을 넘봤다. 외세는 오래전 떠났지만 건물은 남았다. 100여년 전 국내 초기 서양식으로 지어진 일본은행, 답동성당, 인천우체국, 제물포구락부 등이 지금은 색다른 건축미를 자랑한다. 역사는 슬프나 건축물은 아름답다.

대표적인 서양식 근대 건축물인 답동성당. 붉은 벽돌을 사용했으며 뾰족탑으로 수직적 효과를 나타냈다.

서양 건축양식 한눈에

근대 건물들은 그 양식이 다양하다. 옛 일본제1은행 건물은 후기 르네상스 양식을 본떠 지어졌다. 회백색 화강암으로 치장한 건물은 작은 돔과 현관 아치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이뤄 엄숙한 균형미를 보여준다. 현재는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제1은행의 옆 블록에는 옛 일본제58은행과 지금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일본제18은행이 있다. 18은행은 절충주의적 성격으로 서양식 벽면 위에 일본식 지붕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지금은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어 인천에 있는 근대건축물과 소실된 건물 등을 각종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월요일 휴무. ☎(032)760-7549

1923년 지어진 인천우체국.‘ ㄱ’자 형태로 입구를 돌출시킨 것이 특징이다.

모더니즘 건축의 간결함과 수평으로 기다란 창이 특징인 일본 영사관 건물은 현재 인천 중구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 신부가 설계해 1897년 건립된 답동성당은 유럽의 마을 성당을 떠올리게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3개의 종탑이 있으며 평면은 십자가 모양이다. 자연석을 주로 사용한 서양식 성당과 달리 돌과 붉은 벽돌로 지었으며 주요 부분에는 하얀 화강암을 사용해 치장했다.

자장면 원조, 최초 공원

신문물이 들어온 곳인 만큼 인천에는 '최초'가 많다. 중구청에서 인천역 쪽으로 200m쯤 걸으면 나오는 차이나타운에는 자장면 발상지인 '공화춘'이 있다. 1905년 지어진 2층짜리 목(目)자형 구조물로 전형적인 청나라 양식을 따랐다. 화교 출신 우희광이 1911년 이곳에서 중국 음식점을 개업해 유명해졌다. 중화민국 수립을 기념해 '공화국의 봄'이라는 뜻의 공화춘(共和春)이라고 했다고 한다. 연말쯤 이곳은 자장면 박물관으로 만들어진다.

응봉산에 위치한 자유공원은 한국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이다. 서울 파고다공원보다도 9년이나 빠른 1888년 조성됐다. 산 정상에 위치한 인천기상대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곳이다.

걸어서도 한나절이면 충분

건물들은 대부분 가까이 있어 인천까지 온 뒤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 좋다. 경인전철 종점인 인천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차이나타운이 보인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중구청사에 주차하면 된다. 주말에는 무료이고 평일은 일정요금을 받는다.

중구청이 개발한 '인천 개항누리길'을 따라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출발지는 인천역 바로 옆 인천관광안내소다. 1시간 코스는 차이나타운-자유공원-조계지계단-중구청-일본은행-한중문화관이며, 2시간 코스는 홍예문-인천우체국-중구청, 3시간 코스는 답동성당-신포쇼핑타운 등이 추가된다.

인천역 바로 옆 인천종합관광안내소(032-777-1330)에서 관광 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걸으면서 무료 해설을 듣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인천문화관광해설사회'(cafe.daum. net/inmunkwan)에 답사 3일 전에 예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