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등급에 머문 1학년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면 결국 졸업할 땐 1~2등급을 하더라고요."
광주서석고등학교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광주지역 고교 중 1~2등급비율(13.6%) 1위를 차지했다. 다른 학교에 비해 1~2등급에 오른 우수한 학생이 많아 대입 결과가 좋았다는 방증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광주지역 1위에 올랐다. 김주현(金朱炫·60) 교장은 "학생, 학부모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 결과"라고 말했다.
―어떻게 소통했는지요.
"우리의 최대 고객은 학생과 학부모다. 학교의 주인은 교사가 아니다. 학생, 학부모와 꾸준히 접촉해 이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학기별로 두 번씩 전 학부모를 초대해 학습방법, 입시제도 등의 주제로 강연회는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부모님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가시라는 뜻이다. 학부모도 진학·진로 전문가가 돼야 한다. 덕분에 학교도 성장했다. 물론 교사 간에도 서로 허물없이 대화하면서 교감에 힘쓴다."
―1위에 오른 구체적인 비결은.
"소통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학습 제도가 많다. 우선 학년 중심제 운영을 꼽을 수 있다. 우리 학교엔 광주에서 유일하게 학년별로 교무실이 따로 있다. 학년부장은 학급 담임을 맡지 않고 그 학년의 교장 역할을 한다. 학년 전체를 총괄 운영하며 학사 운영의 책임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학년 운영 계획은 부장과 담임이 협의해 수립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참여 의식을 높일 수 있다. 3학년의 경우 교장과 교감이 전혀 간섭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졸업생들의 성적이 향상된 것은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다른 비법도 있을 텐데.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몰입 교육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처럼 서로 묻고 답하는 토론식·발표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창의성을 키우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게 된다. 주체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신장된다. 방학 때는 논술·독서·과학·역사 등의 각종 캠프를 열어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방과 후 수업은 국어·수학·영어반으로 특화해 소수 학생이 수준별로 맞춤식 학습을 받게 한다."
서석고는 1970~90년대를 풍미한 사학의 명문. 당시에는 추첨방식을 통해 광주 전역에서 우수한 학생이 골고루 각 학교에 배정되었다.
하지만 2000년 고교 배정방식이 선지원·후지원제도로 바뀌면서 변화가 생겼다. 우선 40%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거리에 상관없이 지원하고, 이후 나머지 60%는 출신 중학교에서 직선거리 8㎞ 이내 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신흥 명문고나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인근 학교로 대거 쏠렸고,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진 학생들만 남게 됐다. 서석고처럼 인근에 비교적 경제 여건이 어려운 주택가가 밀집한 학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입학 자원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 올 졸업생이 1학년이던 2008년 3월 전국연합시험 결과를 보면 1등급비율이 언어 6.21%, 외국어 5.65%, 사탐 5.08% 등으로 다른 학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를 교육력으로 극복해왔다. 낮은 입학 성적을 가진 학생들의 수준을 졸업 때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요즘 표현을 쓴다면 '아웃풋(결과)이 매우 좋다'는 의미이다.
김 교장은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책무이자 가장 큰 보람이다. 진학보다는 진로 교육이 우선"이라며 "재능과 품성을 골고루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