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계 화두는 역시 가창력.
단순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등 리얼 오락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일시적 현상은 아닌 듯하다. 어금버금한 요즘 아이들 노래 사이에서 ‘가창력’이 팬들의 관심을 낚아채는 승부처로 확연히 떠오르는 양상이다.
또 한명의 노래 잘 부르기로 소문난 가수 케이윌도 요즘 가창력 경쟁에서 한 몫하고 있다.
5년 전부터 이른바 ‘4단 고음’이란 유명세를 즐기고 있는 케이윌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인상적인 가수다. 그는 최근 신곡 ‘가슴이 뛴다’를 들고 나와 각종 음악프로그램에서 라이브(Live)를 선보이고 있다. 경쾌한 리듬이 더해지면서 음악은 가벼워진 대신 보컬은 강렬해지고 가창력에는 더 무게가 실렸다.
24일 오전 기자와 만난 케이윌은 ‘목소리에 얼마나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 같다”며 웃었다.
“사실 데뷔 전 가수를 준비하면서부터 목소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런데 연습생 시절 많은 곡들을 가이드하면서 다양한 색깔의 노래에 내 목소리를 맞추는 게 익숙해지다보니 지금은 어떤 곡이라도 조금씩 느낌의 차이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생긴 것 같아요. 솔직히 그지금 많은 팬들이 제 목소리를 좋게 봐주시는 배경에는 아마도 제가 다른 또래의 가수들보다 늦게 데뷔했기 때문에 주는 신선함도 있는 게 아닐까요.”
발라드곡 ‘가슴이 뛴다’는 최근 멜론, 도시락, 벅스 등 각종 온라인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을 기록 중이고, 25일 방송할 KBS ‘뮤직뱅크’에선 1위 후보다. 최근 몇년간 음반시장이 댄스가수에게 치중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댄스곡이 아닌 발라드곡으로 선전하는 케이윌은 눈길을 끈다.
“아이돌 음악 덕분에 국내 가요가 아시아 그리고 해외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래도 국내 시장만 두고 본다면 ‘아이돌 음악’이란 덩어리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음악의) 다양성 차원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도 들기도 하죠. 그런데 요즘 휘성 이현 김태우 등 실력 있는 남자 솔로 가수들이 앨범을 내면서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따르는 것 같아요. 이 같은 변화에서 저 역시 한 작용을 하고 있다 게 기분 좋은 일이죠.”
요즘 가요계 이슈는 단연 ‘나는 가수다’일 것이다. 좋은 가수들의 노래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린다는 공익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서바이벌’이라는 위태위태한 형식이 결국 이 프로그램을 구설수에 올렸다. 담당PD인 김영희 전 MBC 예능국장과 출연가수인 김건모가 이번 문제로 인해 하차하는 등 프로그램 자체가 위기상황을 맞게 됐다.
케이윌은 “솔직히 (김)건모 선배 등 출연자 선배들이 노래 실력으로 승부를 낸다는 것 자체가 후배 된 입장에서 볼 때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그래도 진지하게 귀 기울일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탄생했다는 건 정말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엔 가요시장의 흐름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사람들은 과연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들을 여유가 있을까요? 그렇다고 음악을 만드는 우리들은 과연 그런 기회를 제공은 하고 있는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같은 논쟁일 수도 있지만, 늘 고민되는 부분이죠.”
그는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은 어찌됐든 좋은 명곡들을 재탄생시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며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단발성 이슈로 끝나지만 않는다면, 지금의 편중된 음악 시장에도 다양한 노래가 골고루 함께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