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샷을 할 때 골프티(Tee)가 뒤쪽으로 튀면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는 "프로샷"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그런데 진짜 프로의 경우엔 어떨까. 그립을 쥘 때 부드럽게 하라는 표현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치약 튜브에서 치약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양손으로 새를 잡듯이" "달걀을 쥔 것처럼"…. 도대체 어느 정도 힘이 가장 좋은 것인지 알 듯 말 듯하다. 아이언샷을 칠 때 디보트(잔디가 팬 자국)가 공 앞쪽으로 생겨야 제대로 된 스윙이라고 하는데, 그럼 공 어디를 어떻게 치라는 이야기일까?
봄을 맞은 필드. 호기심과 함께라면 타수도 줄이고 더 즐거운 라운드가 되지 않을까. 한국 남녀 프로골프의 정상급 스타 선수인 홍순상(SK텔레콤·30), 양수진(넵스·20) 프로와 함께 골프의 궁금증에 도전해본다.
1. 골프티가 뒤로 튀면 프로샷?
프로는 대부분 티 움직임 적어… 티 재질·두께·높이도 변수로 작용
"음~.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요. 티가 어디로 튀더라…."(홍순상) "잘 튀어나오지 않지만 앞쪽으로 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럼 프로가 아닌 건가요."(양수진)
경기도 용인 지산골프장에서 '프로의 골프티는 과연 어디로 튈까'를 테스트하기 전 두 프로의 얼굴에도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들은 드라이버샷을 각각 10차례씩 쳐보았다. 스트레이트 구질과 드로 구질, 페이드 구질 등 다양한 스윙 궤도를 주문했다. 결과는? 이들의 골프티는 좀처럼 튀어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골프티가 공을 친 방향으로 10~20도 정도 기울었을 뿐이다. 홍 프로와 양 프로의 티가 각각 한두 차례씩 솟구쳤는데 원래 티를 꽂았던 자리 가까이에 떨어졌다. 양 프로는 "프로들은 티가 튀어도 대개 반경 30㎝ 이내여서 금방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들이 공을 치고 난 뒤 티를 찾는 데 애를 먹는 것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골프, 원리를 알면 10타가 준다'의 공동 저자인 물리학자 김선웅 고려대 명예교수는 "변수가 많지만 물체는 힘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티의 재질과 두께, 길이, 티를 꽂은 높이, 티잉 그라운드의 상태에 따라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일률적인 설명은 어렵다는 전제가 붙었다.
일단 샷이 부정확한 아마추어의 경우엔 티를 위에서 아래로 급하게 내리찍거나 퍼올리는 샷을 하기 때문에 티가 부러지거나 앞쪽 좌우로 멀리 달아나게 된다.
그럼 골프티가 뒤로 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김 교수는 "1만분의 5초 동안 이뤄지는 임팩트의 순간 1t에 가까운 충격이 공에 전달된다"며 "골프티에서도 힘의 작용과 반작용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완만한 다운 블로로 칠 경우 꽂혀 있던 티가 앞쪽으로 밀리다가 다시 뒤쪽으로 튕기는 반동(反動)이 생긴다"고 했다.
반면 정확한 임팩트와 함께 어퍼 블로(upper blow)로 공을 칠 경우엔 드라이버 헤드가 티를 때리는 힘이 강하지 않아 앞쪽으로 살짝 밀리거나 위쪽으로 솟구쳤다가 제자리에 다시 떨어지기 쉽다.
PGA투어 남자 선수의 경우 평균 1.3도의 다운 블로이고, LPGA 여자 선수의 경우 평균 3도의 어퍼 블로로 친다고 한다. 아마 골퍼의 티가 프로보다 더 잘 튀어나오는 것은 티를 높게 꽂고 치기 때문이다.
골프티가 좌우로 튀는 것은 스윙 궤도와 관련이 있다. 인사이드-아웃 궤도로 치면 골프티가 오른쪽으로 밀리게 되고, 아웃사이드-인 궤도의 경우엔 왼쪽으로 간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클럽의 어느 부위에 맞느냐에 따라 작용하는 힘이 다르다.
프로가 드라이버 샷을 하면 골프티가 어떻게 되는지 정리하면 이렇다.
①티가 그 자리에서 앞으로 살짝 기울거나 ②원래 자리에서 위로 튀었다가 그 자리에 떨어지거나, 앞뒤로 멀지 않은 지점에 떨어진다.
2. 그립의 힘, 어느 정도가 적당?
"코킹 원활할 정도의 세기가 좋아"
홍순상 프로는 "프로도 그립을 잡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그립의 세기"라고 했다.
그 세기의 기준은 간명했다. 레이트 히팅(late hitting)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힘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 다운 스윙 때 코킹을 유지해 클럽 헤드가 손보다 늦게 따라오면서 임팩트가 이뤄지도록 해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게 레이트 히팅이다. 너무 세게 잡으면 손목 코킹이 제대로 되지 않고, 너무 약하게 잡으면 스윙이 흔들려버린다. 홍 프로는 임팩트 직전까지 코킹을 유지하는 빈 스윙 훈련을 하면서 어느 정도 힘으로 잡는 게 가장 좋은지 자주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양수진 프로도 "아마추어 분들은 대부분 그립의 힘이 너무 세서 스윙 스피드를 감소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홍 프로는 "저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의 느낌을 생각한다"며 아마추어를 위한 훈련법을 소개했다.
우선 그립의 세기를 1에서 10까지 강도로 나누어 연습한다. 단계별로 몇 개씩 공을 치면서 강하고 정확한 임팩트가 이뤄지는 자신만의 그립 세기를 찾는 것이다.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약하지도 않은 그립의 힘 크기는 3단계나 4단계 정도라고 한다. 양 프로는 "임팩트 순간 그립에 힘이 들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가급적 어드레스 때 그립의 세기와 큰 차이가 없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립 세기로 구질을 컨트롤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공이 감기는 훅 구질이 나오면 왼손의 힘을 좀 더 주고, 슬라이스가 날 경우엔 왼손의 힘을 빼고 오른손에 힘이 더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3. 디보트를 공 앞에 내려면 어디를 칠까?
PGA 선수의 스윙 최저점은 공 앞쪽 10㎝ 지점… "공 ⅓ 아랫부분 겨냥해 스윙"
타이거 우즈는 "잘 된 아이언샷의 디보트는 1달러 지폐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디보트(잔디가 패인 자국) 모양만 봐도 골프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디보트가 나기 위해서는 뒤땅을 치거나 공 윗부분을 치는 토핑이 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을 치고 난 뒤에 디보트가 나도록 정확한 다운 블로를 해야 한다. 웬만한 아마추어 상급자라도 공 앞부분부터 디보트가 나도록 공을 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다운 블로 능력 차이 때문이다. PGA투어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공 앞쪽 10㎝ 지점에서 최저점을 통과한다. 이러면 클럽 헤드가 먼저 공을 맞힌 뒤 그다음에 잔디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데 100타 이상을 치는 골퍼들은 공 뒤쪽 2.5㎝ 정도에서 최저점을 지난다. 뒤땅을 치거나 공을 퍼올리는 듯한 스윙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윙 최저점을 2.5㎝씩 앞으로 옮길 때마다 평균 스코어가 4타씩 줄어든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능력이다.
프로들은 공의 어느 부분을 친다는 생각으로 다운 블로를 하고 있을까? 양수진 프로는 "공의 위쪽에서 3분의 1 아래 지점의 딤플 하나를 생각하면서 스윙을 한다"고 했고, 홍순상 프로는 "공을 절반으로 나눠 앞쪽 면을 클럽 페이스로 잡았다가 던져주는 기분으로 친다"고 했다. 이런 스윙이 가능하게 하려면 부드러운 그립과 보디 턴, 레이트 히팅이 가능해야 한다는 게 홍순상 프로의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