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의 폭발 직후 사진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피해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와 제2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돼 인근 주민 21만명이 대피했다. 후쿠시마현은 12일 오후 3시30분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을 당시 인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90명 전원이 피폭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번 사고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고평가 기준에 따르면 '레벨 4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역대 최악이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우 '레벨 7'이었다.

◆체르노빌
피해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후쿠야마 원전 사고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최악의 원전 사고는 1986년 4월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다. 당시 우크라이나 공화국 수도 키예프시에서 130㎞쯤 떨어진 체르노빌 원전 4호기가 폭발했다. 이 폭발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등 당시 옛 소련 지역 14만5000㎢ 이상에 방사성 낙진이 대량으로 공기 중에 흩날렸다.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만 약 800만명에 이르렀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원인은 직원의 ‘부주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의 실수로, 원자로가 정지 상태에 이를 만큼 출력을 낮췄던 것이다. 이로 인해 재가동이 어렵게 되자, 급하게 출력을 올리는 과정에서 원자로에 무리가 갔다. 이에 원자로 반응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핵연료가 순간적으로 파열됐다. 냉각수도 원자로의 화학물질과 반응하면서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피해는 끔찍했다. 사망자가 9300명에 달했다. 70여만명이 각종 암과 기형아 출산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체르노빌 인근의 33만명이 이주해야 했다. 이에 따라 사고 직후 사고 원자로 주위에 콘크리트벽을 설치하고, 원전 반경 48㎞ 일대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관리해왔다. 그러나 당시 누출된 방사능에 따른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방사능 유출에 따른 피해는 오랜 기간 대를 이어 발생하기 때문이다.

◆스리마일 아일랜드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 아일랜드(Three Mile Island)에 위치한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 가압경수로형 원전 2기 중 2호기에서 핵연료가 누출되면서 인근주민 20여만명이 대피했다. 이후 이 지역 주민 1000명 중 11명이 암에 걸리는 등 높은 암 발생률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미국 원자력발전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체르노빌 다음의 큰 사고로 기록됐다.

이 사고로 미국 내에서 원전 증설 반대의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 원자력산업도 영향을 받았다. 섬의 길이가 3마일쯤 이어서 ‘스리마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섬의 사고 직후 스리마일 섬의 원자로와 같은 구조의 원자로 7개가 작동을 중지했다. 새로운 원자로에 대한 허가가 정지되었다. 손상되지 않은 이 섬의 제1원자로도 1985년까지 작동되지 않았다.

◆도카이무라·쓰루가
일본에서도 과거 수 건의 원전사고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 10월 1일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무라(東海村) 방사능 유출사고다. 핵연료재처리회사에서 유출된 방사능으로 인해 기술자 2명이 체르노빌원전 사고 때와 비슷한 양의 방사선량에 노출돼 숨졌다. 이 회사 종업원과 주민, 소방대원 등 439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 또 공장 반경 10㎞ 이내에 있는 5개 시 주민 31만명이 외출 금지와 같은 옥내(屋內)피난 명령을 받는 등 일본 열도가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로 충격에 빠졌었다. 이에 앞선 1998년 7월에는 일본 쓰루가에서 원자로 파이프가 균열하면서 안전치의 1500배가 넘는 방사능이 유출되기도 했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로 21세기 최악의 방사능 유출사태를 맞은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발생한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 농도는 점차 옅어지고 있으나,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해수와 붕소를 원자로에 퍼붓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