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에서도 복지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한국이 복지정책의 모델로 삼을 만한 나라는 어딜까.

유럽에서 스웨덴은 '인류가 가장 성공한 복지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스웨덴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스웨덴을 방문한 이후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며 스웨덴에 대해 "우리가 지향할 길"이라고 했다.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스웨덴 복지는 전형적인 '고(高)부담·고(高)복지' 모델이다. 소득에 상관없이 누구나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의 복지'를 위해 스웨덴 국민들은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험)이 국내총생산(GDP)의 47.1%(2009년 기준)로 세계 2위다. 특히 기업들 부담이 크다.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의 30% 이상을 사회보장세 명목으로 별도로 낸다. 세금을 많이 내는 대신 기업은 경영권을 보호받았다. 예컨대 스웨덴 전체 GDP의 30%를 생산하는 재벌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은 법에서 차등 의결권을 인정받고 있다. 근로자 해고나 계약직 채용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스웨덴 미래연구소 요아킴 팔메(Palme) 소장은 "노동시장 유연성 덕에 사양산업은 빨리 정리할 수 있고, 노조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스웨덴에선 고(高)복지와 경제 성장이 선순환(善循還)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스웨덴도 1970년 이후 경제 불황을 겪으며 '복지 위기'를 겪었다. 1992년 우파연립 정부가 등장하면서 복지개혁이 시작됐다. 스톡홀름대 잉가릴 몬타나리(Montanari) 교수는 "개혁은 좌·우파 및 각종 사회 구성원의 폭넓은 합의로 이뤄졌다"며 "이게 스웨덴 복지정책의 운영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웨덴과 한국은 여건이 다르다. 스웨덴은 인구 900만명의 비교적 소국이고, 출산율도 1.91명으로 높은 편이다. 인구 5000만명 규모에 1.21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점이 많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양극화와 계층 간 분열도 스웨덴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는 '유연한 복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복지제도는 '개인 책임의 원칙'을 우선하는 시장 중심형이다. 개인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는 보완 역할을 담당하는 개념이다. 세금은 적게 내고 정부의 복지 서비스는 약하다. 건강보험 보장률도 우리나라가 64.5%인데, 미국은 24.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중 꼴찌다. 미국 모델 역시 대기업·중소기업, 계층 간 소득 격차가 큰 우리나라 사정에 맞지 않다.

프랑스독일은 북유럽과 '영미식' 복지국가의 중간쯤이다.

프랑스는 든든한 사회보장제도를 갖고 있지만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율(34.4%)을 유로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복지 부담으로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비율(7.7%)이 급증하면서 프랑스 경제(1.6% 성장)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독일도 2003년 사회당 시절부터 꾸준히 복지 부담을 줄이는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사회보험연구실장은 "복지제도는 역사적 배경이 다 다르고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을 고려해 만들고 고쳐가는 것이라 우리 모델이 어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 실정과 능력에 맞는 복지를 이제부터 설계해나가는 것이 과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