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1세인 이성준씨는 3년 전 택시회사에 취직했다. 나이문제로 2개 회사에서 6개월 및 2개월 만에 그만두고 지금 다니는 회사가 세 번째다. 장시간 운전하다 보면 6년 전 수술했던 허리가 시큰해져 이씨는 일주일에 이틀씩 쉬고 있다.
이씨가 "숭숭 빠진 머리, 침침한 눈 탓에 운전할 때 꼭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긴다"고 했다. 그는 틀니도 했다. "내 나이 돼 보면 알아요. 집에 있어도 눈치가 보여. 몸은 좀 힘들어도 돌아다니는 게 즐겁지. 서울 시내 지리는 내비게이션 안 찍어도 빠삭하거든."
남성규(72)씨는 "교사·학원강사를 그만두고 2004년부터 택시 일을 했다"며 "늙어서 운전하니 안전 운전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2년 전 운영하던 약국 문을 닫고 택시를 몰고 있는 안병준(66)씨는 "8시간 정도 운전하면 다음날 일어나기가 버거워 200만원 넘게 버는 젊은 기사들보단 80만~90만원 정도 적게 벌지만 일흔이 넘어서도 택시 운전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70대 노인 택시기사를 보는 일이 흔해졌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 70대 이상 택시기사는 4283명(올해 1월 기준)이다. 도시교통본부측은 "재작년에는 2657명이었던 70대 이상 기사가 지난해 3335명으로 늘더니 지금은 서울시 전체 택시기사 중 4.7%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노인 택시기사가 늘어나는 건 "은퇴는 했지만 아직 몸이 멀쩡하니 놀기 싫다"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택시기사는 자격증에 연령 제한이 없어 체력과 운전 실력만 받쳐주면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다.
대덕운수와 의성운수를 운영하는 문충석(64) 대표는 "총 270명 되는 기사 중 10%인 27명이 70대 이상"이라며 "정년인 60세를 넘으면 1년씩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문씨는 "나이 많은 기사들은 젊은 기사들에 비해 난폭 운전을 하지 않아 좋은 점이 있다"고 했다.
입력 2011.03.09. 03:03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