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서비스 뉴왁 지국장 제이콥 크리스틴

시크릿 서비스(Secret Service). 조직의 이름에 시크릿이라는 단어가 붙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미국의 시크릿 서비스(USSS)라고 하면 보통 대통령 경호실을 떠올린다. 국가 수반인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은 나라의 안위에 준할만큼 중차대한 일이다.

뉴욕의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가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 시크릿 서비스 뉴왁 지국의 제이콥 크리스틴(Jacob F. Christine) 국장을 인터뷰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 US아시안아메리칸 사법재단의 데이빗 정 명예회장과 함께 평소 접하기 힘든 시크릿 서비스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경력 30년이 넘은 크리스틴 국장의 정식 직위는 SAC(Special Agent in Charge)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보직 체계와 흡사하다. 이날 인터뷰는 오는 24일 뉴저지 페얼리 디킨슨 대학에서 열리는 사법기관 ‘패널 디스커션’에 그가 시크릿서비스를 대표해서 참가하는데 따라 이뤄졌다.

US사법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미 주류 사법기관 책임자들이 한인사회를 비롯한 아시안커뮤니티를 위해 사상 처음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찰청과 검찰청, FBI, 국세청, 노동부, 이민국 등 주와 연방 사법기관이 망라됐다. 왜 대통령 경호실이 사법기관의 패널 디스커션에 참여하는 것일까. 시크릿 서비스는 한국의 대통령 경호실과는 성격이 다르다. 1865년 7월5일 창설돼 올해로 역사가 146년이나 된,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사법기관의 하나이다.

시크릿 서비스는 본래 위조지폐 문제를 전담수사하기 위한 연방 수사기관으로 설립됐다. 당시 미 전역에서 유통된 통화 중 3분의1에서 절반이 위폐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 이해가 간다.

시크릿 서비스가 대통령 경호를 맡게 된 것은 1901년 뉴욕주 버팔로에서 발생한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 암살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듬해 24시간 대통령을 밀착 경호하도록 임무가 강화됐고 1913년부터는 대통령 당선자, 1917년엔 대통령 가족도 보호하기 시작했다.

부통령을 경호한 것은 1951년부터이고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 한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전현직 대통령이 재혼을 할 경우 그 배우자는 경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크릿 서비스는 1997년 이전에 취임한 대통령은 평생 경호를 하지만 그 이후 당선자는 퇴임 후 10년 간 경호를 하도록 법에 명시됐다. 전직 대통령 중 평생 경호의 혜택을 입은 마지막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다.

모리스타운의 헤드쿼터스 플라자 9층에 위치한 뉴왁 지국은 두터운 이중문으로 출입구가 봉쇄돼 있었다. 집무실에서 만난 제이콥 크리스틴 지국장은 온화한 인상이었다. 인터뷰 내내 메모를 해가며 성의있는 답변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기밀을 요하는 내용은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들려주기도 했다. 업무 성격상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지만 이번 패널 디스커션을 위해 예외적으로 기자를 만난 셈이다. 크리스틴 지국장은 “시크릿 서비스는 ‘경호와 수사(Protection and Investigations)’ 양대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라고 함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즉 대통령 경호 임무가 하나의 큰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금융 범죄를 중심으로 한 특별수사 임무라는 것이다. 돈세탁, 신용카드 등 금융 범죄와 신분 사기, 사이버 범죄 등을 다루고 있다.

뉴왁과 같은 지국이 미 전역에 45개가 있고 모든 해외 공관엔 시크릿 서비스 요원이 파견된다. 스페셜 에이전트는 총 3200명이고 백악관과 각 국 공관 경비를 맡는 ‘유니폼 디비전’ 요원이 1300명. 기타 테크니컬, 프로페셔널. 행정요원들이 2000명이 있다.

뉴왁 지국엔 케빈 송, 마크 리 두 명의 한인 요원도 있다고 크리스틴 지국장은 소개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경호 요원으로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태원을 인상적인 거리로 꼽은 그는 비빔밥과 불고기 등 한국 음식도 즐기는 등 한국에 대해 아주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틴 지국장은 “시크릿 서비스의 업무 성격상 커뮤니티를 위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은 없지만 항상 시민들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각종 특수범죄에 대한 정보와 대처요령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시크릿 서비스가 한인사회 등 아시안 젊은이들을 위한 직업박람회를 제공하고 US사법재단이 추천하는 고교, 대학생들을 워싱턴의 본부를 견학토록 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적극 협조키로 한 것이다.

2003년 US사법재단의 전신 아시안아메리칸 사법자문위원회를 창설한 데이빗 정 회장은 “시크릿 서비스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한 전례없는 혜택”이라며 “한인 자녀들이 시크릿 서비스와 같은 고도의 사법기관에 취업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크리스틴 국장은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밀러스빌 대학과 존스홉킨스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군에서 복무한 그는 1984년 전역 후 백악관을 보호하는 시크릿 서비스 유니폼디비전(UNIFORMED DIVISION) 요원이 됐고 1987년 특별수사요원이 됐다. 뉴욕과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 핵심 지국을 두루 거쳐 뉴왁 지국을 이끌고 있다.

1922년 창설된 유니폼 디비전은 1930년부터 시크릿서비스에 통합됐으며 현재 1300명 이상의 요원들이 백악관과 부통령 관저를 비롯, 백악관 부속시설인 재무부와 워싱턴 D.C.의 외교공관을 물샐 틈없이 경계하고 있다.

시크릿 서비스 요원이 되려면 대졸 이상의 학력에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만38세까지 지원 가능하고 군경력과 대학원, 기타 특기가 있으면 가산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의 성격상 신원조회는 가장 엄격한 절차이다. 보통 소요기간이 6~9개월에 이르고 이 기간 중 가족관계 학교생활, 교통위반 티켓부터 신용 기록, 군 관련 정보, 이웃들에 관한 기록 등을 낱낱이 조회한 후에 채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