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빈민대상 소액신용대출)'를 개척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무함마드 유누스(Yunus·70) 박사에 대해 그의 조국인 방글라데시 정부가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미 뉴욕타임스는 31일 “유누스가 빈민층 지원을 위해 34년 전에 세운 그라민은행에서 일부 자금이 그라민그룹 내 다른 자회사에 불법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말 노르웨이에서 제작된 한 다큐멘터리 영상물에 따르면 그라민은행은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받은 기부금 중 9600만달러(약 1076억원)를 자회사로 돌려 전용했다는 의혹이 나돌았으나 노르웨이 정부는 이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정부가 유누스에 대해 칼날을 겨눈 것은 세계적 명사(名士)인 유누스 박사의 정치 개입 가능성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누스 박사는 2007년 2월 “부패한 기존 정치인과는 손을 잡지 않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겠다”며 나고리 샤크티(Nagorik Shakti·시민의 힘)라는 정당을 설립하려다 정부의 방해로 포기한 적이 있다. 현 집권층은 지금도 유누스 박사의 정치적 잠재력을 경계하고 있으며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그에 대해 “마이크로크레디트로 빈민의 피를 빨아먹는다”며 비난해왔다.

방글라데시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조사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그라민은행의 경영활동과 대출, 자회사와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조사 의혹을 제기한다. 현지 일간 데일리스타의 마푸즈 아남 편집장은 “방글라데시의 더러운 정치 때문에 유누스 박사가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