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에너지를 받아 공기 중에서 빨아들인 이산화탄소와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으로 탄수화물을 생성하는 ‘광합성’은 엽록체가 있는 녹색식물의 특권이다. 이런 광합성을 인공으로 하는 것이 가능할까? 설사 된다고 해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국내 유일의 서강대 ‘인공 광합성연구센터’에 가면 이런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빌딩에 있는 서강대 인공 광합성 연구센터. 윤경병 센터장(화학과 교수·사진)이 연구원들과 함께 촉매 반응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인공 태양광 발생 장치에서 빛을 쏘자 유리관 안에 들어 있던 물이 반응하며 산소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인공 광합성의 1단계 과정인 셈이다.
2단계는 이산화탄소가 두 번째 촉매 반응을 통해 액체연료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인공 광합성의 완성을 뜻한다. 서강대 인공광합성연구센터를 비롯해 전 세계 연구소가 2단계 성공에 도전 중이다. 인공 광합성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식물의 광합성과 같지만, 탄수화물 대신 액체연료를 만들어낸다.
윤경병 센터장은 "인공 광합성으로 만든 액체연료를 태우면 열이 발생하면서 물과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이것으로 다시 인공 광합성을 하면 액체연료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상호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공 광합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것과 달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 광합성은 지구온난화 문제의 유력한 해결안인 동시에 녹색 에너지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고 있다.
2009년 10월 문을 연 서강대 인공광합성연구센터에는 윤경병 교수 외에도 포스텍·카이스트·연세대·한양대 등 여러 학교의 교수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교수진의 연구팀까지 합하면 총 100여명 규모고, 이 중에서 서강대 윤경병 교수 연구팀은 34명으로 꾸려져 있다. 윤 교수팀의 석·박사 연구진은 30명인데 이 중에서 14명이 베트남·태국·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에서 유학 온 외국인이다.
네팔에서 온 아그니(32)씨는 "인공 광합성이 인류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왔다"며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서강대 인공광합성센터에서 연구하고 싶어 연구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수엔(28)씨는 "이곳에서 열심히 연구한 다음에 고국으로 돌아가 후배들에게 인공 광합성을 가르치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곳 연구진은 대개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해 자정 즈음에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석사 1년차 최도영(24)씨는 "교수님 수업시간에 '화학자들이 만든 비료로 인류가 풍족해졌지만 지구는 오염됐다. 그러니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연구 의욕이 더 강해졌다"며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힘든 일상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 광합성 연구는 나노 기술 발전과도 직결된다. 촉매 반응에 따른 전자·양성자 수송 등 인공 광합성 기술이 나노 기술과 접목돼 있기 때문이다. 윤경병 교수는 "인공광합성센터가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하면 국내 과학기술계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 광합성 센터는 서강대 이공계의 탁월한 성과 중 한 예다.
이뿐이 아니다. 서강대에서는 IT(정보통신기술), 바이오 융합 기술, 의료기술 등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양자 시공간 연구센터는 정부 주관 선도연구센터 육성사업으로 선정됐고, 컴퓨터공학과는 지식경제부 주관 대학IT연구센터 육성지원사업으로 뽑혔다. 의료기술 산업화를 위해 설립된 의료기술연구소는 지멘스·삼성·GE 등과 첨단 의료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토론토 대학과 광음향 영상장치와 이를 이용한 치료장치를 개발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했고, 발명특허대전과 기술대전 등에서 잇따라 수상하면서 원천기술을 확보해가고 있다.
신기술 융합 성장동력사업으로 선정돼 출범한 첨단의료기기사업본부도 향후 5년 동안 해마다 30여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아 고성능 의료영상, 질량분석 의료기술 등 융합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또 SIAT(Sogang Institute of Advanced Technology)는 국내 대학 최초로 대학원과 기술지주회사, 벤처금융회사가 결합된 형태로 첨단 기술 융합시대에 선두주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