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러면 살려줄 것이다"

지난 21일 오전 7시 57분(현지시각) 삼호주얼리호에 대한 인질구출 작전 중 청해부대의 최영함과 링스헬기는 소말리아어로 해적들에게 투항 권유 방송을 했다. 그 직후 해적 2명이 머리 위에 손을 얹고 투항했다. 소말리아어 방송이 효과를 본 것이다. 해적들은 우리말은 물론 영어도 알아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송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현재 청해부대에 소말리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국내의 소말리아어 통역까지 동원해 1만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정부 당국은 수소문 끝에 국내에서 소말리아어를 할 줄 아는 2명을 찾아내 이들에게 투항 권유 방송 문안 작성을 부탁했다.

이 문안은 오만에서 소말리아어를 할 줄 아는 교민에게 전달됐고 이 교민이 문안을 읽어 녹음한 뒤 이를 청해부대에 전달해 방송이 이뤄졌다.

이 같은 '릴레이 통역'은 포로로 잡힌 해적 5명의 심문 과정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청해부대는 현재 삼호주얼리호에 구금돼 오만으로 향하는 해적들에 대해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중심으로 심문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들의 말을 녹음한 뒤 이를 국내로 보내 통역들이 번역도록 한 뒤 내용을 다시 청해부대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포로들이 문맹자여서 본격적인 심문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26일 언론사 부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우리측에 소말리아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해적들 심문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적들이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해 작전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난 21일 구출작전을 시작하기 직전 링스헬기에선 우리말로 "지금 진입작전이 시작됐다. 선원은 전부 바닥에 엎드려라"고 여러 차례 경고방송을 했고 이에 따라 엎드린 우리 선원들과 못 알아들은 해적들을 구분해 제압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생포 해적 5명을 다음 달 초 한국으로 데려와 처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