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4차 오일 쇼크'를 우려하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말 영국 북해(北海)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7.6달러를 기록했고, 중동 두바이유는 배럴당 92.53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시장에서 최고급 원유(原油)로 꼽히는 말레이시아 타피스(Tapis)유는 이미 지난 11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일부 외신은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 감축 기조가 이어지고 송유관 등에 대한 테러가 겹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도하기도 했다.

오는 27일 스위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경제계의 최고위급 포럼인 '다보스 포럼'에서도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올해 다보스 포럼엔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멕시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 일본 간 나오토 총리 등 40여 개국의 각국 정상을 포함해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정치인·기업인 등 2500여명이 참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얼마 전 '석유 시장 보고서'에서 "(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석유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석유부담률이 5%를 초과할 경우 세계 경제에 쇼크를 가져온 역사적 경험(2차례의 오일쇼크)이 있다"며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석유 부담률이 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석유 부담률은 작년에 4.1%를 기록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24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각국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요인이 내재해 있는 데다 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각국이 심한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4차 오일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중국·브라질·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으로 원유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풀린 투기성 자금이 원유 등 원자재 시장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8802만 배럴에 달하는 반면 공급은 8773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 원유 시장에 들어오는 투기성 자금 규모는 작년 8월(10만 계약)의 2배 수준인 22만6000계약으로 1995년 이후 가장 많다.

전 세계에 유가 비상이 걸린 가운데 24일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올해 늘어난 원유 수요에 맞춰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산(增産) 목표를 밝히지 않아 얼마나 원유를 더 생산할지 불투명하다.

'4차 오일 쇼크'가 온다면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수입 물가가 급등해 한국경제에도 대형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석유부담률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전 세계 석유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GDP 성장률보다 국제 유가 상승 속도가 빠르면 석유부담률이 높아진다. 석유부담률이 높아지면 경제에 석유 지출로 인한 부담이 커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부담률이 5%를 넘어서면 세계 경제에 '오일 쇼크'가 온다고 판단하고 있다. 1979년 '2차 오일 쇼크' 때 처음 5%를 넘어 1980년 8%까지 치솟았으며, 2008년 '3차 오일 쇼크' 때도 5%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