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톈지웨지하오?"

14일 오전 서울 강남 청담동 M유치원. 4~5세 아동 7명이 나지막한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중국어를 전공한 보육교사가 중국어로 "오늘 몇 월 며칠이지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일제히 소리 높여 중국어로 대답했다. 교사는 화이트보드에 매직팬으로 '月(월)''日(일)'을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준 뒤 동요 카세트테이프를 틀었고, 아이들은 중국어로 '떴다 떴다 비행기'와 '곰 세 마리'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2000년 문을 연 M유치원은 4~7세 아동들에게 영어·중국어 2개 국어를 놀이와 함께 가르친다. 영어로 'rock·paper·scissors(가위·바위·보)'를 배운 다음 바로 다음 시간에 '젠다오·스터우·부' 하고 노는 식이다.

구자영(40) 원장은 "10년 전엔 학부모들이 '애들한테 무슨 중국어까지 시키느냐'고 했는데, 2~3년 전부터 '앞으로는 중국어가 필수일 텐데 어릴 때부터 발음·억양을 확실히 가르쳐 두는 게 좋다'고 찾아오는 엄마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세계무대에서 중국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사교육 업계에도 중국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가르치거나, 중국어만을 가르치는 중국어 유치원도 교육열 높은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엄마들이 자주 모이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 등에도 '유치원생 중국어 과외를 시키려면 어디가 좋을까요'라거나, '중국인 유학생. 유치원 한자 가르친 경험 많음' 같은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서울 금천구 Y유치원은 2005년부터 중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1주일에 두 번 20분씩 중국어 전공 보육 교사가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기초 회화 표현을 가르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 유치원과 자매결연을 맺어 상호 방문·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 관계자는 "발음이 독특하고 재미있어서인지 아이들이 영어 시간보다 중국어 시간을 훨씬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M유치원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아이들. 이곳에서는 노래·율동·종이접기 등 유치원 교육 과정을 영어와 중국어 2개 국어로 가르치고 있다.

서울 성동구 E유치원도 자녀를 중국어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하는 엄마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 가운데 하나다. 경기도 부천 K유치원도 영어·중국어를 함께 가르치지만, 영어·중국어 수업 비중이 4 대 6으로, 중국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화교나 중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을 위해 세운 중국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도 있다. 중국어로만 수업하는 부산의 중국어 유치원은 "원래 화교를 위한 유치원인데, 한국 아이들도 요즘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중국어 열풍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AT커니의 폴 로디시나(Laudicina) 회장은 2007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10년 전에 6살 된 딸을 중국어 유치원에 보내 수학·과학 등 전 과목을 중국어로 배우게 했다"고 했고, 몇 년 전부터 영국·미국에서도 중국어 보모 구하기가 유행이라는 것이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정화 이화여대(영어영문과) 교수는 "어릴 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히는 게 효과적이긴 하지만, 한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과도하게 외국어를 강요할 경우 혼란으로 한국어와 외국어 둘 다 제대로 못하거나, 스트레스로 외국어 공부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