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아이돌그룹은 통하지 않을 거라고 모두가 고개를 저을 때 꿋꿋하게 데뷔, 곧바로 정상에 올라섰다. 기쁨을 채 누리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국에서 대상을 휩쓸고 바로 다음날, 일본의 한 이름 없는 대학 강당에 섰다. 장판 하나 달랑 깔린 그 곳에서 유선 마이크를 쥐고 줄넘기하듯 퍼포먼스를 했다.

결국 일본인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오리콘차트 1위를 ‘밥 먹듯’하고, 도쿄돔에 섰다. 한국에선 20~30대 팬들까지 확보하며 팬층을 크게 넓혔다. 모든 게 순조로웠던 2009년,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내부 분열이 일어난 것. 세 명의 멤버는 뛰쳐나갔고, 두 명의 멤버는 남았다. 치열한 법정 싸움이 시작됐고, 무수한 설전이 오갔다. 그 사이, 이들의 음악은 점차 잊혀져갔다.

그렇게 동방신기의 ‘오늘’이 왔다. 어쩌다보니 동방신기 내에서도 제일 달랐던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남았다. 리더였던 유노윤호가 불이라면, 막내 최강창민은 물이었다. 유노윤호는 제일 로우톤 담당이었고, 최강창민은 제일 하이톤 담당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동방신기로 다시 컴백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이렇게 동방신기가 잊혀지게 해선 안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두 멤버는 여전했다. 유노윤호는 또박또박 말을 하면서도 순간 울컥하며 사투리를 뱉어냈고, 최강창민은 무심한 듯 하면서도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었다. 오히려 보다 더 솔직해져 이제 ‘성역’과도 같았던 연애 얘기도 나온다. 다음은 최근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SM노래방에서 만난 동방신기와의 대화 내용이다.

- 왜 타이틀곡으로 ‘왜’를 택했어요?

윤호 : 동방신기의 정통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강력한 퍼포먼스를 하면서도 라이브를 하는 게 동방신기의 특성이었잖아요. 두 명이 중심이 돼서 댄서들과 파워풀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 댄서들의 머리를 누르는 춤이 인상적이던데.

윤호 : 머리 춤은 춤에 포인트를 주다보니 만들어진 거예요. 댄서 형들과 상의를 한거죠. 동방신기의 위엄을 보여주는 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머리를 숙이게 하고 우리가 올라가겠다, 그런 의미?(웃음) 그런 의미를 소심하게 살짝 넣은 거예요.

- 그 노래, JYJ를 겨냥한 디스곡 아니에요?

윤호 :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 동방신기 노래가 다 강했어요. 지금 이 시기엔, 그 어떤 노래를 불렀어도 그렇게 받아들이셨을걸요? 애초에 디스 같은 의도가 있었다면 가사가 좀 더 부정적이었겠죠. 정말, 그런 건 아니었어요.

- 지난 2년간 버거운 일을 겪었어요.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윤호 : 아이러니하게도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힘든 상황일수록 더 돌아다녔던 거 같아요. 나름 철학을 더 배웠다고 할까요? 지하철도 타고, 산도 타고, 많이 걸었죠. 물병 하나 들고, 딱 3000원 들고, 말도 안되는 옷을 입고 막 돌아다녔어요.

창민 : 진짜 말도 안되는 옷이었어요.

윤호 : (웃음) 네. 트레이닝복에 점퍼만 입고 돌아다니면서 떡볶이도 사먹고. 사람들의 소소한 정을 많이 느꼈어요. 그러면서 긍정적으로 변했죠. ‘아, 어떻게 보면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겪은 게 다행일 수도 있다.’ 더 빨리 철이 들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돌 스타라는 관점을 빼고 그냥 나라는 사람이 과연 맞는 길을 가는 것인지 고민했어요. 나름 정답을 찾았고, 이렇게 컴백했죠. 당당하니까요.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는 몰라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할래요.

- JYJ가 원망스럽진 않았어요?

윤호 : 그냥 아팠어요. 리더다보니 제 자신한테 화도 났고요. 이미 일은 너무 커졌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누굴 원망할 여유도 없었어요.

- 어떻게 두 사람이 동방신기 활동을 재개할 생각을 했어요?

창민 : 작년 SM타운 라이브 무대에 우리 둘이 서게 됐었어요. 이번 컴백 무대보다 훨씬 더 떨렸어요. 팬분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초조하고 불안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웃음) 주위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많이 격려해주셨고요. 그때 자신감을 얻었어요.

윤호 : 세 친구들을 기다리다가 오랫동안 활동을 못했잖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동방신기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요. 제가 돌아다니다가 7살 짜리 꼬맹이를 만났거든요. 그 꼬맹이가 말을 참 잘하더라고요. 저를 보고는 “아저씨 되게 잘생겼어요.” 그러는 거예요.(웃음) 그러기에 “요즘 가수 누구 좋아해?” 그랬더니 소녀시대와 샤이니를 말하더라고요. 동방신기는 아냐고 물었더니 모른대요. 아, 오래 쉬었구나 싶었어요. 뭔가 확 와닿았다고 해야 하나?

동방신기는 SM과 멤버와 팬들이 다 합쳐져야, ‘동방신기’라고 생각해요. 동방신기가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었어요.

- 좀 어렵겠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JYJ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요?

윤호 : 뭐, 예전과 똑같죠. 빨리 돌아와라!

창민 : 우리 다섯 명이서 함께 했었던 소중했고, 아름답고, 즐거웠고, 때로는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죠.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추억이 있어서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고요. 그 추억을 부정하면, 윤호형과 내가 여기에 있는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 같아요.

사실, 공방전 오고 가는 게 제 3자들이 보기에 흉하잖아요. 저희도 그걸 알고요. 우리의 추억마저 더렵혀지는 건 원치 않아요.

윤호 : 그냥 속시원하게 말하면, 우리 정말 사이 좋았어요. 나쁜 거 없었거든요.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 참 좋았는데, 하다보니까 가치관이 서로 달라진 건 있어요. 그건 각자의 몫이죠. 구구절절 말하기 보단, 그냥 ‘건강해라. 또 돌아와라’인 거 같아요. 저희가 잡을 수 있는 선은 지난 거 같지만, 팬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게 많이 안타까워요. 언젠가 어떻게든 다 풀릴 일이라면, 더 이상은 팬들을 더 혼란스럽지 않게 했으면 좋겠어요.

창민 : 저희 둘과 트러블이 생긴 게 아니라 회사와의 문제였기 때문에, 세 명과 회사와의 합의, 혹은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윤호 :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넘긴 했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안할 건 아니에요.

- 그냥, 기분은 어때요?

윤호 : 답답하죠. 정말, 답답하죠. 연락도 안됐고, 번호도 바뀌어있고.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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