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명함에 찍힌 회사 마크는 유달리 파란색이 많다. 교보증권,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키움증권, 토러스투자증권 등 상당수의 증권사가 그렇다. 오히려 파란색 심볼이나 글자가 없는 증권사를 찾는 게 더 빠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이나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는 그룹의 심볼이 빨간색이라서 여기에 검정 글씨를 새겼다. KB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도 그룹의 심볼 색에 각각 은색과 검은색 글자가 채워져 있다. 한화증권 역시 그룹의 색깔인 주황색 심볼에 검은색 글씨다.

증권사가 파란색을 선호하는 이유는 신뢰를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면접 전문가들이 구직자에게 면접장에서 입어야 하는 정장의 색깔로 첫손으로 꼽는 것이 검정보다는 짙은 남색 계열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한국경제의 재무 곳간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심볼과 글자 색도 파란색이다.

'파란색' 일색 증권사들의 명함(왼쪽)이 금색, 무채색등으로 바뀌고 있다.

증권사들이 파란색을 선호하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파란색이 다른 색깔에 비해 안정감이 있기 때문에 조직이 커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다. KTB투자증권의 경우 이런 이유로 지난해 초에 로고 가운데에 들어간 빨간색 ‘i’를 없애고 파란색이 중심이 되는 로고를 새로 만들었다. IBK투자증권, HMC투자증권, 솔로몬투자증권 등 후발업체들이 CI에 파란색을 주요 색깔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란 의견이 있다.

그러나 파란색 일색인 증권사 명함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초, 각 계열사의 업종 특성을 살려서 회사 로고의 색깔을 바꾸기로 결정했는데, 증권은 물론 생명과 화재, 카드, 선물사까지 금융업 계열사의 심볼과 계열사명 색깔을 금색으로 바꿨다. 전자계열은 기존의 파란색을 그대로 쓰고 서비스업종 계열사는 보라색으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금융업종이니 ‘금(金)’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50여년 역사의 대신증권도 지난해 5월 그동안의 로고 색깔(녹색)을 버리고 무채색으로 탈바꿈했다. 녹색이 가진 이미지가 보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다양한 색을 받아들이기 위해 모든 색을 포용할 수 있는 색깔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CI에 노란색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대우증권도 명함에서 노란색을 쏙 뺐다. 얼핏 봤을 때는 이것이 대우증권의 명함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산은 금융그룹으로 완전히 편입되며 일어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