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박지성. 스포츠조선DB

14일(한국시각) 아스널전에서 헤딩 결승골을 터트린 박지성(29). 그런데 영국 언론의 평가는 엇갈렸다.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팀내 최저인 평점 6(보통)을 줬다. '골은 둔한 움직임을 잠재울 수 있는 윤활유 역할에 불과했다'(Goal will gloss over quite a poor display)'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간지 더선과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나란히 8점(뛰어났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7점(잘했다)을 부여했다.

같은 경기를 보고도 다른 평가가 나왔다. 들쭉날쭉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평점은 보통 해당 언론의 취재기자나 전문가들의 자체 평가로 매겨진다. 경기 결과를 기본으로 각 선수의 공격 포인트(득점, 어시스트), 공격과 수비 가담 정도, 슛 시도(유효슈팅 포함)와 패스 횟수(성공률 포함) 등을 통해 평가한다. 이 밖에도 포지션에 따른 역할, 상대 팀의 전력도 고려대상이다. 그런데 기자 한 명이 양 팀 출전선수 전체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90분 동안 22~28명에 이르는 모든 선수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즉 한 선수를 놓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렇다보니 눈에 보이는 기록을 바탕으로 기자 개인의 성향이나 주관을 넣어 평점을 매기게 된다.

아스널전의 박지성 평점도 기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 박지성은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동료 선수들에게 빈공간을 만들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한다. 볼을 오랫동안 소유하지 않고 원터치 패스한다. 그리고 또 다른 빈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수비수를 끌고 다닌다. 자연스럽게 박지성 주변의 동료들은 오픈 찬스를 많이 갖게 된다.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 팀 공헌도가 크다는 얘기다.

더선과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은 박지성의 경기 기록에 높은 팀 공헌도까지 평가해 평점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의 팀공헌도를 배제한 듯 하다. 경기 기록을 바탕으로 평점 6을 줬다. 박지성은 골은 기록했지만 슈팅은 1개에 불과했다. 기록 면에서 뛰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날 스카이스포츠는 골 기록은 없지만 각각 6개, 5개의 슈팅을 기록한 공격수 나니(8점)와 루니(7점)에게 높은 평점을 줬다. 눈에 보이는 수치를 평점에 더 많이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스카이스포츠는 수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퍼드난드를 경기 MVP로 꼽았다. MVP는 통상 결승골을 넣은 선수에게 영광이 돌아간다. 결승골을 넣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한 박지성에게 MVP가 돌아가지 않은 것에 대하여 영국 기자들도 의아해 했다. 아스널의 데닐손은 이날 경기 후 "박지성과 상대를 몇 번해봤다. 오늘 박지성이 최고였다. 박지성이 MVP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