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에 사는 학부모 이대옥(40)씨는 1년 전부터 키운 강아지 '막둥이'가 마치 복덩이 같다. 세 딸의 엄마인 이씨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인 맏딸과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딸의 나이 차이는 8살. 나이 차로 인해 맏딸은 막내딸의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반대로 자기주장이 강했던 막내딸은 그런 언니가 못마땅했다. 한창 사춘기인 두 딸 사이에서 이씨는 잔소리만 했었다. 그러나 막둥이 입양 후, 두 딸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딸들이 서로 말도 잘 안했는데 강아지가 있으니 같이 배변훈련을 시키며 대화가 늘었어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지 큰소리도 안 내고 침착해졌죠.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기분 변화 심한 사춘기, 정서적 안정에 반려동물이 도움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주인과 동물의 관계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로 인식이 바뀌면서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호칭도 달라졌다. 개·고양이·거북이 등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도 만들어졌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의 유기견 입양을 다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대인관계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정서를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기분변화가 심한 사춘기 때는 반려동물을 통해 그 기복을 줄일 수 있다. 에버랜드 안내견학교의 최윤주 위원은 "사춘기 때의 불안정한 정서는 동물과 서로 지지하고 의지하려는 애착이 형성되면서 진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반려동물 매개치료(Pet Assisted Theraphy)'를 통해 불안한 심리상태의 청소년들을 치료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반려동물을 키운 뒤 아이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중3 아들과 중1 딸을 둔 구종우(44)씨는 "아이들이 평소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즐겨했고, 못하게 하면 불안해하거나 성질을 냈다. 그러나 고슴도치와 강아지를 키우고 난 다음부터 남매끼리 대화를 하면서 놀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됐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 사진제공=(재) 한국동물보호협회

◆반려동물, 신중히 선택하라

사춘기라고 해서 특별히 적합한 동물은 없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결심했다면 자녀의 성격과 반려동물의 특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 자녀가 '얼마나 교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울대 수의학과 신남식 교수는 "자녀의 성격에 따라 개와 고양이처럼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교감할 수 있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이구아나나 거북이를 키우는 것은 효과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수줍음이 많고 내향적일 경우 교감이 어려운 거북이를 키운다면 오히려 더욱 더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활발하고 운동량이 많은 푸들이나 말티즈가 적당하다.

동물의 생애주기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개나 고양이의 경우 평균 수명은 12년에서 15년이다. 미리 학부모와 자녀가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죽음에 대해 알고 대비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춘기 시절에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신 교수의 말이다.

"미리 자녀에게 생명에 대한 가치와 동물의 생로병사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죽음도 하나의 과정이란 것을 미리 알려주면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생깁니다. 반려동물이 병에 걸리거나 죽더라도 자녀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담담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학부모가 도와야 합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터넷과 반려동물 사업의 발달로 과거와 달리 어디서나 쉽게 반려동물을 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뒷일은 생각하지 않은 채 무작정 반려동물을 사고 보는 것은 금물이다. 지자체 최초로 '반려동물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청 축산과의 임병규 사무관은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한 번 키워보자'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동물 안락사와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 키우는 사람의 인식부터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경제적·환경적·시간적 요건도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울 경우,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성장에 따른 용품 구입이나 목욕·털갈이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특히 학생의 경우, 학교에 있는 시간에 반려동물과 대하는 시간이 많은 부모님과 대화를 통해 미리 양육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연암대 동물자원학과의 이웅종 교수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좋아서 기르다가 대소변 처리나 먹이 주는 것이 반복되면서 싫증내는 경향이 있다. 부모님에게 양육 책임을 미루지 말고 대화를 통해 어떻게 기를 것인지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