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과 김태희가 각기 남동생, 형부와 함께 가족 매니지먼트사를 꾸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스포츠조선DB

최근 톱여배우들이 거대기획사나 전문 매니지먼트사 대신, 가족들과 똘똘 뭉쳐 활동에 나서 눈길을 끈다. 고현정, 최지우, 신은경, 장서희, 김태희 등이 대표적이다. 고현정은 남동생 고병철씨와 지난 9월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세우며 독립했으며, 최지우의 소속사 씨콤마제이더블유 컴퍼니 역시 최지우의 친오빠가 대표로 등록돼 있다. 김태희는 형부를 소속사 루아엔터테인먼트 대표로 모셨으며, 신은경은 소속사 없이 쌍둥이 남동생 두명이 매니저로 뛰고 있다. 장서희도 최근 소속사를 나와, 어머니를 매니저 삼아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FA 시장에 나올 몇몇 여배우들 또한 가족이 뛰는 매니지먼트를 고려하고 있다. 이같은 트렌드는 전문 매니지먼트사가 활성화되기 전인, 90년대 이전 상황과 비슷해 '역흐름'적인 양상까지 보인다.

여배우들이 전문 매니지먼트사보다 가족을 선호하는 이유는 돈과 작품보다는 믿을 만한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심리적 안정이 최우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류 시장의 확대와, 인터넷 발달 등으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여배우들은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악성 루머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러 루머와 소문이 소위 '측근'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루트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적지 않게 담겨 있다. 또 이미 '간택받기'보다는 '선택하는' 입장인 만큼 일을 따올 수 있는 매니저를 고용해 비용을 지출하느니, 매니저로 일하는 가족들에게 수익을 나눠주겠다는 심산도 작용한다. 여기에 최근 '에이전시' 개념의 매니지먼트사가 등장하면서, 필요에 따라 다른 기획사와 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 매니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여배우들의 경우,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다.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여배우들이 같이 소속돼 있거나, 자신을 앞세워 소위 '끼워팔기' 캐스팅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다. 자신만을 위해서 일해줄 매니저를 찾는 만큼 가족이 적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가족 매니지먼트가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여배우의 경우, 오랜 기간 친오빠와 일해왔지만, 전문소속사로 옮기며 결별했다. 친오빠가 연기자인 동생의 이름을 앞세워 사업을 벌리고 이를 감당하지 못했지만, 마음이 약해져 법적 처벌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가족이라는 이유로 매니저로서 쓴소리를 하지 못해, 더큰 문제를 불러오는 경우도 생긴다. 한 매니저는 "매일 술을 마시고 촬영을 펑크내는 여배우가 있었는데, 아무리 달래고 으름장을 놓아도 전혀 고쳐지지 않더라. 결국 여러 매니저가 감당하지 못해, 요즘은 가족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한 여배우들이 연예기획사 경험을 쌓은 가족과 매니지먼트를 하는 경우라면, 더없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인경 기자 be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