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2022년 월드컵 유치신청국들의 프레젠테이션 테마는 3가지였다. 한국과 카타르는 '세계평화 기여', 일본은 '미래 월드컵', 미국과 호주는 '전세계인의 잔치'였다.

한국은 연평도 포격 사태와 남북한 분단 현실,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 등을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홍구 전 총리 뿐만 아니라 마지막 발표자인 정몽준 FIFA 부회장도 얘기했다. 한승주 유치위원장이 완벽한 월드컵 준비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래픽적인 요소나 화면 구성 등이 빼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제일 마지막에 정부회장이 공개한 가족사진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51년 한국전쟁 통에 태어난 정 부회장은 "여기 계신 세계 각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나도, 한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도 "정 부회장에게 저런 어린 시절이 있는지 몰랐다"며 관심을 표했다.

카타르는 한반도 평화를 얘기하는 한국에 맞서 중동평화와 세계평화를 강조했다. 나세르 왕비가 직접 발표자로 등장했고, 이스라엘 소년과 카타르 소년이 똑같이 2022년 월드컵의 카타르 개최를 기원한다는 인터뷰 영상을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열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22개의 경기장을 완공하겠다는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약점 감추기를 시도했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 등 유명인사를 앞세워 당위성을 역설했다. 최고의 흥행 대회를 자신했다. 프리먼이 잠시 읽던 페이지를 지나쳐 실수를 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이 책을 읽는 듯한 무표정으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체로 점수는 무난했다.

호주는 할리우드 영화감독인 필립 노이스의 5분짜리 캥거루 블록버스트 애니메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부 호주 언론이 "캥거루가 월드컵을 훔쳐 달아난다는 시나리오는 좋지 않았다"고 언급했으나 대세는 '재미있었다'였다. 일본은 8세 소녀배우인 사사키 리오가 나와 "2002년에 태어났는데 2022년 일본에서 다시 만나자"는 깜찍한 발표로 극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소니 CEO인 하워드 스트링거는 "가상현실에 기반한 3D 입체중계로 모든 이가 직접 그라운드에서 뛰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유치를 위한 대의명문 측면이 부족했다. 취리히(스위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