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오빈리. 양평 읍내에서 2㎞ 남짓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통과하는 중앙선 철로에는 최근 오빈역이 새로 들어서 개통을 앞두고 있다. 양평군이나 인근 주민들은 숙원이 해결됐다. 그러나 오빈역은 벌써부터 양평군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건설비와 운영비 모두 자치단체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 건립을 위해 이미 100억원이 넘는 빚을 냈고, 앞으로도 길게는 30년동안 적자도 보상해줘야 한다.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양평군에 적잖은 부담이다.
◆신설 결정 과정에 논란
오빈역은 역사 신설을 결정하는 과정부터 논란이 많았다. 인근 주민들은 1997년부터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중앙선 복선전철화 공사 과정에서 오빈역 신설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소외된 지역의 균형 발전과 교통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양평군도 지역의 발전에 촉매가 된다며 오빈역 신설을 추진했다. 역사 뒤쪽 62만2580㎡(약 18만8000평)를 개발예정지로 결정했으며, 앞쪽 15만4000㎡(약 4만6000평)도 역세권 개발계획을 수립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도시설공단은 승객이 적어 경제성이나 타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의 지침도 건설 중인 노선에 철도역을 신설할 경우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액을 자치단체가 부담토록 했다. 이에 따라 결국 양평군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을 감수해 역사 신설을 추진했다. 공사비 123억원은 양평군이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했다. 작년 12월 착공해 건물, 광장, 주차장 등이 지난달에 모두 완공됐고 각종 계기에 대한 시험가동도 끝냈다.
그러나 오빈역 신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양평군의 재정 여건이나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분분했다. 재정 상태도 열악한 마당에 지방채까지 발행해 당장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역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선교 군수가 "양평의 미래 발전을 위해 오빈역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밀어붙이고, 주민들의 여론에 떠밀린 군의회도 동의해 사업 추진이 결정됐다.
◆운영손실 보상 시비
그러나 오빈역은 개통을 앞두고 또다른 시비를 낳고 있다. 역사 건립비 123억원에 대한 원금과 이자는 물론 앞으로 역사 운영에 따른 적자도 양평군이 보전해야 한다. 양평군이 역사 건립을 결정한 이후 2008년 4월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와 맺은 협약 때문이다. 협약 내용에는 "영업이익이 3년간 연속 발생하는 최초 연도의 전년도까지 양평군에서 손실을 보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전 기간도 최장 30년이나 된다. 김덕수 군의원은 "양평군이 협약에 역사 신설 이후의 운영 손실도 보상해야 한다는 불리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숨기고 사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양평군이 2007년 대진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타당성 검토 용역 내용을 보면 첫해에는 하루 평균 1200여명이 이용해 연간 1억7900만원의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운영비(인건비, 건물 유지관리비) 등의 비용이 3억1500만원이나 돼 차액 1억3600만원을 양평군이 보전해줘야 할 처지이다. 더구나 양평군에 따르면 양평역과 용문역을 제외하고 중앙선 전철역은 여전히 대부분 적자이다. 양평군이 계획하고 있는 오빈역 주변의 개발도 현재로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양평군은 우선 오빈역의 승객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양평읍 오빈리·신애리·덕평리와 옥천면 용천리는 물론 주차 사정이 좋지 않은 시내 양평역의 수요를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들꽃수목원, 양근성지 등 주변 관광지를 연계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시티투어 버스의 집결·해산 장소로 오빈역사를 활용할 방침이다. 양평군 건설교통과 구상철 교통행정팀장은 "현재 영업손실 보전과 관련한 협의가 마무리 단계로 다음달 중순에는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양평군의 미래를 걸고 추진한 사업인 만큼 오빈역의 활성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