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년 영국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처음 상륙한 곳인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플리머스(Plymouth)는 크랜베리(cranberry) 산지이기도 하다. 붉은빛, 앵두와 비슷한 모양의 크랜베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미국에선 포도, 블루베리와 함께 3대 과일로 꼽힌다. 추수감사절엔 칠면조 요리와 함께 식탁에 오르는 대표적인 가을 과일이다. 크랜베리는 남성 전립선과 여성 요도염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대만·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수경(水耕) 수확' 구경 오세요
이달 6일 기자가 찾아간 플리머스지역의 메이크피스(Makepeace) 농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크랜베리 열매들이 물 위를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수경(水耕) 재배를 하는 것일까 의아해 하는 순간 글렌 라이드(Reid) 부지배인은 "물 위에서 경작을 하는 게 아니라 다 자란 크랜베리를 물 위로 떠올려 수확하는 '수경 수확법'"이라고 말했다.
먼저 대형 펌프를 이용해 크랜베리 밭을 물로 채워 덩굴이 물에 완전히 잠길 때쯤(수심 50~70cm 정도), 수상 트랙터를 이용해 덩굴에 달린 열매를 딴다. 그러면 내부에 공기주머니가 있는 크랜베리는 물에 동동 뜨게 되고, 붐(boom)이라는 긴 튜브를 이용해 물 위의 크랜베리를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한 '수경 수확법'은 밭을 물로 채우는 데 꼬박 하루 걸리지만 물에 뜬 열매를 거둬 들이는 데는 반나절밖에 안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크랜베리 경작지를 농장(farm)이 아닌 보그(bog·늪지)라고 부른다.
라이드씨는 "밭에서 직접 따는 '건조 수확'보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다"며 "2000에이커(약 800만㎡) 농장에서 27만5000배럴(약 4300만L)의 크랜베리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크랜베리의 수경 수확은 미국인들에게도 볼거리다. 9~10월 수확시즌에는 미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크랜베리축제가 벌어진다.
◆비뇨기 질환에 좋은 '신(腎)의 열매'
매사추세츠주 미들보로(Middleboro)에 있는 오션 스프레이(Ocean Spray) 본사. 오션스프레이는 1930년 미국에서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세계 크랜베리의 60~65%를 생산한다. 올해 예상 매출이 20억달러(약 2조 2500억원)로 최근 7년간 성장세가 특히 가파르다.
해리 유(Yoo) 신제품 개발부장은 "크랜베리의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며 "'건강'에 초점을 맞춘 주스 등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오션스프레이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피터 패트코프스키(Patkowski) 아태총괄 부사장은 "특히 일본과 한국은 이제 막 도입 단계여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수입업체인 신세계푸드의 신석호 바이어는 "주스류를 중심으로 크랜베리 매출이 최근 3년 새 2배가량 늘고 있다"고 했다.